한국 교회, 장로 역량 강화 위한 ‘엘더 스쿨’ 설립
초대 교회의 헌신에 한국 교회 성장 이룬 것
‘엘더 스쿨’, 힘들었던 만큼 감동과 보람 커
이런 교회 문화가 교회의 질적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여겨졌다. 창조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위해 한국 교회는 다시 태어나는 고통을 무릅써야 할 것이었다. 무엇보다 변질되고 오염돼 수준이 낮아진 교회, 타락한 교회의 정치문화를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 탐방 이후로 종종 해왔던 고민이 다시금 떠올랐다. 교단 총회도, 신학대학에서도 하지 못한다면 우선 우리 교단의 장로 2만 7천 명이라도 먼저 이 같은 노력을 시작해 영적인 교회 질서를 회복하는 중심에 서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함께 떠오른 것이 늘 마음속에 품어왔던 ‘겨울나기 양식 헌금’ 이야기였다. 이북이 고향인 친구 장로의 아버님 이야기인데, 어느 해 온 식구가 겨울을 나야 하는 식량의 반을 교회에 건축헌금으로 드렸다는 것이었다. 식구들은 자연히 남은 식량으로 겨울을 나기 위해 죽을 먹거나 하루 한 끼를 굶어야 했다. 그야말로 온 가족의 ‘생명을 건 헌금’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한국의 초대 교회 목사님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은 교회 섬김에 생명을 걸었다. 이 같은 신앙 선조들의 헌신 덕분에 한국 교회가 오늘과 같은 성장을 이룬 것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장로가 되려면 교회 재정의 대부분을 책임질 각오가 있어야 했다. 투표를 받아 장로로 뽑혀도 자신이 없어 장로고시 시험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장로 물망에 오르면 다른 교회로 도망가기도 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장로임을 드러내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될 때가 있었다. 때문에 장로로 세워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헌신과 섬김의 모범이 됐다.
지금은 교회마다 장로가 되는 데 목숨을 건다. 장로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교회 행사에 수 년씩 얼굴을 내밀며 시간을 보낸다. 장로라는 것이 사회에서도 명예로 여겨지게 된 터라 서로들 하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장로는 교회에서 군림하고 대접받고 권리를 주장하는 계급이 됐고, 때로는 아들딸 시집 장가 보낼 때 좋은 가문임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장로직에 오르지 못한 나이 많은 집사는 ‘실패한 신앙인’이라는 좌절을 겪기도 한다.
겉으로는 장로들이 제직회 모든 부서의 장을 맡아 책임과 사역을 감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장 장로를 위해 제직들이 헌신하고 일하는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장로들이 수직적 권력형 조직을 즐긴다. 장로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저런 행사 중심의 이벤트성 사역을 하면 제직들도 성도들도 피곤하고 지치게 된다. 교회 직분이 권력형 명예나 감투로 변질된 것이다. 교회, 노회, 총회, 교단 연합회 등 감투가 있는 곳, 조그만 조직이 있는 곳마다 금권 선거와 부정부패가 나타난다. 노회장, 총회장 할 것 없이 부정을 관행처럼 저질러서 심지어는 국회 정치보다 더 썩었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이는 한국 교회가 극복해야할 큰 과제다. 초대교회의 헌신과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할과 책임을 다시금 깨닫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배움을 가져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엘더 스쿨(장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교회 지도력의 최고 가치는 교회 회복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전국장로연합회 회장직을 맡고 있던 2008년, 한국 교회의 중심인 장로들의 내적 자질 향상을 위한 ‘엘더 스쿨’을 설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장로 교육을 위한 교재를 새로 집필하고, 전국 또는 협의회별, 권역별, 노회별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교회와 공동체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추진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의인 10명’의 그룹들을 많이 양육해내자는 것이 목표였다.
장로들에게서 그 필요성 자체에 대한 공감은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교재 집필 단계에서 내용의 방향을 가지고 의견이 엇갈렸다. 교재 집필을 위해 구성한 ‘발전연구위원회’에서는 “교회, 노회, 총회의 구성원으로서 장로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의견과 “교회 중심의 신앙적인 지도력을 제고한다”는 두 가지 주장이 나왔고 그 사이의 의견 차이가 컸다. 말하자면 “교회정치에서 장로의 목소리를 높이자”는 쪽과 “교회 회복을 위해 장로가 할 역할을 되새기자”는 쪽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시급한가에 대해 의견이 갈린 것이다.
나는 교재를 만들고 엘더 스쿨을 세우는 목적은 ‘교회를 살리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장로가 바로 알고 바르게 서면 교회가 살아납니다. 그러면 교회 정치도, 장로들의 위상과 권익도 자연히 세워집니다. 하나님께 칭찬받을 일입니다.”
지지해준 분도 많았지만 다른 의견도 강한 편이어서 꽤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온전하게 동의를 받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임성빈, 주승종, 최윤배, 이장로, 정병준 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된 집필진과 다섯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분야별 집필을 시작해서 교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 <교회를 섬기는 청지기의 길-장로의 책임과 역할>은 분량이 700쪽을 넘어가 1‧2‧3권으로 구성했다. 필자들이 집필을 하는 동안 뜨거운 감동을 받아 “원고료를 받지 않겠다”고 자청하는 등 어려움만큼 보람도 컸다. 교단의 대표적인 어른들도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교회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고, 한국 교회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집필 교수들을 격려해 주셨다. 그런 기대와 소망 속에서 출판된 책은 교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엘더 스쿨’ 교육 프로그램까지 잘 연결됐다.
사실 한국 교회의 교인들은 대부분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믿음과 경건함으로 살아가고 있다. 교회정치의 추한 모습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언젠가 지도자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바로 서기를 그래서 한국 교회가 다시 도약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래창 장로
<소망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