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노인교실 커리큘럼을 구성하면서 ‘한글반’도 개설했다. 개강을 하면 한글반에 어르신들이 많이 오실 줄 알았는데, 몇 분밖에 오시지 않아 의아했다. 알고 보니 어르신들이 그간 자신이 읽고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 지냈는데, 한글반에 들어가면 그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자존심도 상해서 들어가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들과 긴급회의를 해서 ‘예쁜글씨쓰기반’으로 이름을 바꾸고 홍보를 하자 정원을 채울 만큼 어르신들이 몰려오셨다. 한글공부를 얼마나 즐겁고 열심히 하시는지 한 학기를 마칠 즈음에는 자녀들에게 손 편지를 쓰셨고, 자서전과 시 낭송대회도 할 수 있었다.
교회 노인교실에 한글반이 꼭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어르신들의 읽고 쓰는 기본적인 능력이 그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글을 읽고 쓰는 것의 중요성은 이미 국가차원에서 주목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직후 문맹률이 78%에 이르렀고, 1953년 정부는 ‘문맹국민완전퇴치계획’을 수립해 이를 낮추고자 했다. 이후 글자를 단순히 알고 쓰는 것을 의미하는 문맹의 차원을 넘어서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문해력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2014년에 이르러서 3년에 한 번씩 ‘성인문해능력조사’가 시작되었고 2023년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제4차 조사가 진행되었다.
이 조사에서는 문해능력을 4개의 수준으로 구분한다. 수준1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수준, 수준2는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 활용은 미흡한 수준, 수준3은 가정 및 여가생활 등 단순한 일상 생활에 활용은 가능하지만 공공 및 경제 생활 등 복잡한 일상 생활에의 활용은 미흡한 수준, 수준4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이라 정의한다.
수준4 이상은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것으로 보며, 수준1~3은 문해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해교육이 필요한 수준3 이하는 전체 18세 이상 성인인구의 16.6%로 약 735만 명이 이에 해당한다고 추정한다. 이 중 60세 이상이 전체의 41.7%이며, 고령일수록 비율이 증가한다. 이는 문해교육이 가장 필요한 연령대가 고령층임을 증빙한다.
고령층의 문해능력 향상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복지회관,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중심으로 한글 인문학 수업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교회공동체에 소속감이 높은 노인성도일수록 일반 평생교육기관에서의 한글수업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노인성도들이 습득(習得)한 신앙적 문화와 정서, 가치관들이 일반 비신앙 노인들과 상충되거나 동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인성도들은 교육을 받기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교회를 성장시키고 부흥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분들이다. 그분들의 희생으로 나라의 경쟁력은 세계 상위권에 올랐고 자녀들 또한 세계적 인재들로 키워냈다. 교회는 어려운 시대를 헤쳐온 어르신들의 삶을 존중하고, 교회의 인재들을 참여시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며 교회 안에서 문해교육에 애정을 가지길 권한다. 더 늦기 전에 어르신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온 교육에 대한 열망을 실현해, 세상을 읽고 이해하며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 서기를 기대해 본다.
강채은 목사
<사랑교회, 前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