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요, 내일 나의 모습입니다.” 한소망교회 역사관 입구에 적힌 문구이다. 이 말은 역사를 기억하는 일이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밝히는 신앙 고백임을 상기시킨다. 이 정신을 따라 2022년 제106회 총회를 앞두고 개관했던 역사관을 새롭게 리모델링, 디지털 역사 박물관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이번 역사관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되었다. 곳곳에 설치된 터치 스크린은 정적인 사진을 넘어서 생생한 영상과 음성으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전시되어 있는 실물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스크린 속에 담겨 있으며, 방문객은 손끝으로 시간을 넘기며 교회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AI 다국어 설교 콘텐츠는 혁신적이다. 12개국 언어로 필자의 설교를 들을 수 있는데, 놀랍게도 목소리뿐 아니라 입모양까지 해당 언어에 맞추어 움직인다. “외국어 공부하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우리 목사님이 직접 알려주시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또한,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투어도 지원되어 역사관의 내용을 가상현실 속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장소의 제약 없이 언제든 교회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박물관은 온라인 시대의 선교적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소망 디지털 역사 박물관의 진정한 가치는 디지털 장비만이 아니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유산에도 있다. 한국교회 최초로 도입했던 극장식 의자, 디지털 큐브를 구성했던 초기 TV들, 마두동 성전 십자가, 90년대 주보와 전단지 등은 그 시절 교회가 품었던 열정과 헌신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이 유산들 위로 겹쳐진 디지털 기술은 과거를 박제하지 않고, 오히려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역사관은 총 2관이고, 그중 1관은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역사관의 시작으로, 신앙의 자긍심과 소명감을 북돋는 글귀로 관람객을 맞는다. 두 번째 부분은 초대교회에서부터 한소망교회까지 복음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세계 교회사와 함께 풀어낸다. 그 다음은 한소망의 개척 이야기, 그리고 그 옆은 마두동 성전에서 비전채플로 이어지는 성전 건축의 여정을 보여준다. 그 다음은 ‘두 날개로 비상하는 교회’라는 사명과 목장교회 정신이라는 우리의 목회의 핵심 가치를 소개한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전시는 한소망교회의 핵심 양육 시스템인 ‘비전의 사다리’를 조명한 공간이다.
영적 성장의 단계들을 따라 세심하게 설계된 양육의 흐름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한소망교회의 목회 철학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필자의 지난 방송 사역과 유튜브 활동을 모은 별도의 스크린 존이 마련되어 있어, 미디어를 통해 펼쳐온 사역의 발자취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 역사관은 단지 과거를 기념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것은 한소망교회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르쳐주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성찰하게 하는 영적 나침반이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 전통의 깊이를 담은 이 공간은, 다음 세대에게도 신앙의 유산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귀한 통로가 될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