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직장, 한국전력공사
주일 성수 문제로 취직도 물 건너가고 생활비도 떨어져서 하루하루 힘들게 버텨 갈 때쯤, 누나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합격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한 달간 밤을 새워 가며 열심히 준비했다. 130대 1의 경쟁률 속에서 1차 시험을 마치고 초조하게 발표를 기다렸다.
발표 당일 삼성동에 있던 한전 본사를 찾았다. 게시판에 합격자 명단이 붙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내 수험번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그렇지’ 하며 좌절감 속에 다시 한번 명단을 자세히 보니 수험번호 순서대로 정렬된 게 아니라, 성적순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내 수험번호가 여덟 번째로 적혀 있었다. 나는 곧장 교회로 가서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2차 논술 시험과 3차 면접까지 치르고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데, 한전에 근무하시는 교회 집사님이 하루 먼저 합격 소식을 알려 주셨다. 그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내와 부둥켜안고 얼마나 많은 감사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아무 미래도 보이지 않던 무능한 야간대학 3학년 가장에게 하나님이 허락하신 선물은 너무 값진 것이었다.
내가 만약 주일 성수를 포기하고 미군 부대의 경비로 취직했다면 한전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 학원 차량 운전 정도만 생각해 내는 나 같은 사람에게 하나님은 최고의 직장인 한전에서 일할 기회를 주셨다. 하나님은 이렇게 크고 좋은 것으로 준비하고 계시는데 사람들은 조바심 때문에 기다리지 못하고 믿음을 저버리고 어리석게 행동한다.
한전에 입사하고 연수를 받을 때도 하나님은 나를 위해 일하셨다. 졸업을 못했기 때문에 대학에 다니며 근무하려면 꼭 수도권으로 발령이 나야 했다. 하지만 그건 내 개인적인 사정일 뿐 발령은 회사 방침에 따라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능력의 하나님은 나를 수원에 있는 경기지사로 보내셨다.
시간이 지나 수원에서 다시 평택, 용인, 이천 등으로 발령이 나는 시기가 다가왔다. 다섯 명 중 딱 한 명만 수원에 남아 근무를 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는 전철이 없기 때문에 꼭 수원으로 발령이 나야 했다. 그래야만 저녁에는 학교에 가서 학업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네 명에게는 모두 막강한 인맥이 있었다.
나는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만 바랐다. 하나님께서는 다시 신실하게 응답하셨다. 네 명 모두 다른 곳에 보내시고 나 혼자만 수원에 남게 하신 것이다. 그렇게 나는 1년간 수원과 서울을 오가며 학업을 이어 갔다. 비록 새벽에 일어나 수원으로 출근해서 하루 종일 근무하고, 다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서 공부하고 집에 오면 밤 12시가 되어 몸은 피곤했지만, 나에게는 행복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1년 뒤,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대학을 졸업했고, 하나님께서는 나를 한전 내 최고의 부서인 한전 본사 외자처로 옮겨 주셨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