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하인리히 찬클은 그의 저서 ‘노벨상 스캔들’에서 노벨상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끌어내 문제 있었던 수상 사례들을 제시합니다. 그중에도 ‘20세기의 성자’로 추앙받던 마하트마 간디의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은 대표적인 의문점으로 남아있습니다. 전 세계가 그의 평화주의 정신을 존경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간 후보에 오르고도 상을 받지 못한 사건입니다.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한결같이 간디를 정신적 스승으로 꼽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문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당시 노르웨이가 강대국인 영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은 공식적인 확인은 없지만, 노벨상의 감춰진 이중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성경의 용맹한 영웅 기드온에게서도 그의 빛나는 업적과 상반된 이해하기 어려운 다른 이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의 놀라운 위업은 300명의 군사로 13만 5천 명의 미디안 대군을 격파한 사건입니다. 특히 지치고 굶주린 상황에도 끈질긴 인내로 미디안의 세바와 살문나를 죽이고 잔병을 소탕한 기도온의 승리는 더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승리 후 백성들이 그를 왕으로 추대하려 했을 때, 기드온은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하겠고 나의 아들도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할 것이요 여호와께서 너희를 다스리시리라 하니라”라고 외치며 겸손함과 영웅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기드온에게는 또 다른 모습이 존재했습니다. 그는 전리품 중 금귀고리를 요구했고, 백성들은 흔쾌히 응해 약 19.38kg의 금을 모아주었습니다. 이는 전리품에 욕심내지 않았던 모세와 대조되는 행동으로 기드온의 내면에 숨겨진 물질적 욕망을 드러내는 듯합니다. 그는 금을 가지고 대제사장의 복장인 에봇을 만드는데, 이는 사사 역할과 전혀 무관한 물건입니다. 오히려 그가 에봇을 소유함으로써 백성들이 하나님의 뜻을 묻기 위해 자신을 찾도록 유도했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지도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더욱이 그가 70명의 아들을 둔 것은 고대 사회에서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백성을 다스리는 왕위는 거부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왕과 같은 권력을 누리려 했던 건 아닌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기드온의 에봇은 올무가 됐고 오점을 남겼습니다.
기드온은 인생의 정점에 섰지만, 그 순간 올무에 잡혔습니다. 인생의 전성기에 불행한 결말을 맞이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홍수 사건 이후 술에 취한 노아,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대승한 후 불순종하는 사울, 국가의 전성기 정점에서 이웃의 아내를 탐하고 그의 남편을 살인하는 다윗, 모두가 놀랄 지혜를 얻고도 많은 아내와 우상에 빠져 하나님의 진노와 분열 왕국 예언을 받은 솔로몬 등의 사건이 있습니다. 내면에 감춰진 사람의 욕심과 욕망이 표출될 때 사람은 한순간에 위대함에서 초라함으로, 업적이 오점으로,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기드온의 이야기는 위대한 위업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복잡성과 성공 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경계해야 하는 중요한 교훈을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