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작아 보이지만 엄청 큰 것

Google+ LinkedIn Katalk +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중국인 청년이 프랑스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청년은 집 근처 ‘버스정류소’가 완전히 ‘자동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버스 이용자들이 돈을 내고 티켓을 사지만 표를 검사하는 일은 매우 드문드문 있는 일이었습니다. 

청년은 이 시스템에 허점이 많아서 티켓을 끊지 않고 버스를 탔다고 해도 걸릴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그 이후로 청년은 티켓을 사지 않고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조금 양심에 걸리긴 했지만 가난한 학생이니 이 정도는 괜찮다고 자기 자신을 합리화했습니다. 

그 후, 4년이 지난 후, 청년은 프랑스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파리에 있는 다국적기업 여러 회사에 지원을 했습니다. 학업 성적도 좋았고 지원한 곳이 모두 아시아 지역으로 시장을 넓히려 한다는 걸 알았기에 취업(就業)에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어갔습니다. 이력서를 보고 처음에 관심을 보이던 회사들이 시간이 지나자 그에게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통보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그는 다국적 기업에서 중국인을 차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원했던 회사의 인사 담당자를 찾아가, “제가 입사하지 못한 이유가 제가 ‘중국인’이기 때문입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인사 담당자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그런 이유로 차별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진출하려는 곳도 중국시장입니다. 오히려 중국인이라면 더 도움이 되겠지요. 당신의 경력을 보니 경험도 풍부하고 능력도 있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우리가 찾는 딱 그런 인재(人材)였습니다.” 

“아니 그런데도 저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당신의 신용카드 기록을 확인해 보니 버스티켓 때문에 세 번이나 벌금을 물었더군요.” “네, 그런 일이 있었죠. 그러나 그런 작은 일 때문에 재능 있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는 겁니까?” “그것이 정말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생각은 다릅니다. 프랑스에 온 지 일주일 만에 티켓을 사지 않아 벌금을 물었을 땐 프랑스의 자동발권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2번이나 그 티켓 때문에 벌금을 물었다는 건 이야기가 다르죠.” 

“그땐 정말 돈이 없었어요.” “우리가 그 정도로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세 번의 벌금을 물기 전이나 후에도 무수히 버스를 공짜로 타고 다녔겠죠.” “그렇다고 그 일이 죽을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야 하나요? 왜 정책이 그렇게 빡빡한가요?” 

“빡빡한 게 아닙니다. 당신의 행동은 두 가지를 말해주고 있죠. 하나는 당신은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법률이나 시스템의 허점을 고의적으로 악용했으니까요. 또 다른 하나는 당신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죠. 우리 회사는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일이 많습니다. 마치 자동화된 시스템처럼 사람의 ‘양심’을 믿고 운영하는 겁니다. 그런데 당신과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일을 맡길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당신을 고용하지 않은 겁니다. 아마 유럽이 아닌 곳에서도 당신이 일할 곳이 있을는지 의문이군요.”

그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인사 담당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그는 양심의 가책과 함께 두려움마저 느꼈습니다. “도덕성은 지식의 부족함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똑똑하다는 것은 절대로 도덕성의 부족함을 메꿀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지도자들은 도덕적이고 청렴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TV와 신문 그리고 매스컴을 통해 쏟아지는 지도자들의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을 지지(支持)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보면서 한숨이 나옵니다. 비도덕적인 행동의 결과는 언젠가는 자신과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게 마련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민 된 우리도 이 말에 비추어 우리의 사회와 정국(政局)을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영어실력이나 기술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은 ‘정직(正直)’입니다. 유태인의 경전(經典)인 「탈무드」에는 다음과 같은 무서운 말이 나옵니다. “거짓을 말하는 사람에 대한 가장 잔인한 형벌은 그가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데 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