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미래, 디지털 시대의 선교 전략
한국 교회 위기서 발견하는 새로운 기회
문화적 영향력 활용한 복음 전파 가능성
한국교회가 지금 할 수 있는 일
이 책을 처음 썼던 2010년대 중반과 비교할 때 요즘 가장 달라진 것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세계교회를, 한국교회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2012년 조사에서 한국인 중 개신교인 비율이 22.5%였는데 2023년 조사에서는 15%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그에 비해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 비율은 2012년에는 10.5%였는데 2023년 조사에서는 29.3%에 달했다.
2022년 말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요 종교에 대한 호감도 중에서 개신교에 대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31.4점에 불과했다. 불교가 47.1점 천주교가 45.2점인 것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수준이다.
한국교회가 침체기에 빠졌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회에 대단한 위세를 떨칠 만큼 돈이 많고, 동원할 수 있는 사람 수가 많고, 사회 고위층과 권력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힘 있는 종교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역사에서 한국교회 최고의 영광의 순간은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래부터 한국교회의 힘은 사람이 많이 모인다든가 돈이 많이 모인 데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모여서 뜨겁게 기도하는 데서 한국교회의 에너지가 생겨났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들로부터 한국교회의 성장이 시작됐다.
한국교회에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런 열정과 간절함, 그리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는 순전한 사명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구해야 할지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우리가 구할 때 그 능력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지레 실망할 필요도 없고 위축될 필요도 없다.
우리 장로들은 교회 안에서 리더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부정적인 말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이제부터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다시 생각해 봐도 2천 년 교회 역사, 종교개혁 500년 역사에서 볼 때 한국교회처럼 건강하고 부흥과 성장의 에너지가 풍부한 교회도 없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를 들어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는 중심으로 쓰실 것이 확실하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한편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에 나가본 사람들은 경험했겠지만 어느 나라에 가나 BTS를 비롯한 K-POP 스타와 한국 드라마,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내가 처음 해외 출장을 다니던 시절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존재를 아는 사람조차 보기 어려웠는데 어떻게 이런 세상이 왔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런 역사를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올해 초 CTS 기독교방송 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게 됐다. CTS 방송국이 시작 1년차부터 어려움에 처해서 교계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을 때 우리 교단 김기수 총회장님이 대책위원장을, 내가 서기를 맡았었다. 이후로 부도난 CTS 방송국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7개 교단 소속 대책위원으로 수고했던 7명이 지금까지도 소위원회로 모이며 재단 운영에 일조해 오고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CTS 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제안받았으나 내 나이가 이미 팔십대 중반이라 한동안 고사를 했다. 그러던 중 “엄청난 변화의 때에 방송국에 활력을 되찾을 계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수락을 결심했다. 자리만 차지하고 대접받는 이사장이 아니라 실무자들과 소통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이사장이 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CTS의 여러 실장님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기독교 방송국의 역할, 한국교회의 선교 전략, 목회 전략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놀라운 비전이 떠올랐다. 나도 최근 해외 여러 나라를 다녀보며 경험한 바 있듯이 한국의 문화적 힘이 국제사회에서 놀랄 만큼 커져 있었다. 그 힘을 활용하면 그동안 어떻게 해도 할 수 없었던 선교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이슬람, 힌두 문화권에 들어가서 선교를 한다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거부감만 더 키울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왜 한국이라는 처음 듣는 나라 사람이 와서 서양의 종교를 전파하는가?”하는 질문을 넘어서기가 어려웠다
그 지역들은 출입도 접근도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무슬림 국가들이나 힌두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도에서도 한국 문화의 인기가 높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풍도 대단하다고 한다. 게다가 대부분 젊은이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서 뉴스와 지식, 한국 드라마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서 단속할 수 없는 영역이 펼쳐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부모가 자녀를 교회에 못 나가게 하고, 집에 방문자를 들이지 않는 식으로 물리적 단속을 하면 이를 뚫기가 극도로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문화적으로 접근하면 부모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접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선교를 한다고 할 때 디지털 강국이자 문화 강국인 한국의 기독교 방송국, 그리고 그 문화재단만큼 훌륭한 도구가 어디에 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역사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 분명히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미 해오고 있던 또 다른 활동을 2019년부터 장로교신학대학교 교수들과 두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며 진행해오고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연구다.
우연한 기회에 장신대 총장을 비롯한 교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젊은 세대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데 교회 학교, 신학 교육 선교에 있어서 이를 활용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토론이 벌어졌다. 알고 보니 여러 학교와 교회들에서 조금씩이나마 이런 연구를 해보려는 시도들이 있었는데 구심점이 없어서 흐지부지되어 왔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내가 제안했다.
박래창 장로
<소망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