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내 인생의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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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훈련의 시간

첫 근무지인 수원 지사에서 일할 때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셨던 부장님이 계셨다. 그분은 항상 나에게 “너는 여기에 있을 인재가 아니다. 넌 본사 외자처에서 근무해야 한다. 영어 시험(Language Arts Testing and Training, LATT)을 잘 보면 내가 어떻게든 본사로 갈 수 있게 힘을 써보겠다”라고 하셨다.

당시 LATT는 공무원들이 해외로 파견 나가기 전에 보던 영어 능력 시험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바쁜 일정에도 틈틈이 영어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한 번에 합격점을 받게 되었다. 내가 시험을 치르기 전에 이미 본사에 가 있던 부장님은 그 후에도 많은 힘을 써주셨다. 나는 입사 1년 만에 동기들 중에서 처음으로 한전 본사 외자처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회사에 입사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무명의 야간대학 출신이 그곳에 발령받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명문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도 가기 힘든 부서에 학벌도 인맥도 없는 내가 근무하게 되다니. 부장님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나를 도와주었을까?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다.

하나님의 계획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얼마 후 나는 외자처 소속의 태스크포스(Task Force) 팀으로 옮겨 원자력 계약 부서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당시 한전은 원자력 발전소 11, 12호기 계약을 앞에 두고 한창 바쁠 때였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라 모든 것이 극비로 진행되었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일정에 맞추기 위해 전 직원이 6개월 동안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거기서 외국에서 돈을 빌려 오는 차관 업무를 맡았다.

태스크포스 팀은 너무 바빠서 집에도 제때 들어가지 못하고 책상 위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일이 많았다. 마감에 쫓겨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낼 정도로 업무가 많았다. 과장, 부장 할 것 없이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말단 직원이 주일을 지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교회에 간다고 할 때마다 따가운 눈총을 받았고 견디기 힘든 압력도 있었지만 나는 주일을 생명처럼 지켰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나를 한전에 보내신 것은 뉴질랜드로 보내실 때를 대비한 훈련이었다. 외국 사람들을 만나서 계약하고, 차관을 맡으면서 자금을 관리, 운영하는 방법을 배웠고 믿음을 지키기 위한 신앙 훈련까지 했다. 내 힘으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한전에서 귀하게 경험한 것이다. 그 모든 경력과 경험이 이곳 뉴질랜드에서 영어 학교를 운영하는 것, 빌딩을 관리하는 것, 선교 센터를 운영하는 것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내 인생의 리허설과도 같았던 그 기간을 통해 뉴질랜드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준비시키셨다.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가 참으로 경이로울 뿐이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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