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함께하는 행복한 노년] 교회노인학교 집단상담의 힘

Google+ LinkedIn Katalk +

필자가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재임 시절,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에서 교회노인학교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한 그룹에 7~8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총 7회에 걸쳐 집단상담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모두 어색해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마지막 회기 즈음에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진작 이런 모임을 알았더라면 홀로 고민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하셨고, 상담 후에도 친구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어르신들은 집단상담을 통해 처음 노인이 되어 겪는 당혹감과 외로움을 나누며 각자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모두가 ‘노인답게’ 살아가는 법을 몰라 혼란스럽다고 고백했다. 상담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너무도 현실적이고 절실했다.

예를 들어, 은퇴 후 집에서 세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아내의 눈치가 보여 고달프다는 남편, 평생 가족을 위해 직장에 몸 바쳤는데 은퇴 후 아내로부터 “이제는 더는 못 참겠다”며 이혼을 요구받아 한숨 쉬는 어르신, 옷차림부터 사소한 일까지 간섭하는 남편 때문에 숨이 막힌다는 아내, 자녀들 간 유산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 건강을 지키려 보조제를 과도하게 복용하다 오히려 몸을 망가뜨린 사례 등 일상 속 다양한 고민들이 상담 현장에 쏟아졌다. 이런 사연들은 단순한 개인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노년이라는 시기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삶의 혼란이기도 하다.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문제를 객관화하며 보다 자기다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태도의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마음의 안정과 단단함을 얻게 되기도 한다. 특히 집단상담은 이러한 과정을 동료 내담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고 서로의 경험에서 공감과 지지를 얻으며 새로운 통찰을 발견하는 데 큰 장점이 있다. 사회적 단절로 고립되기 쉬운 노인들에게는 심리적 안정과 삶의 의미를 회복하고,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집단상담의 효용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처음 노인이 되며 온몸으로 부딪혀 ‘노인이 되는 법’을 배워가는 어르신들에게 이런 상담은 절실한 도움이다.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된다면 상담의 필요성을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상담의 문턱이 높게 느껴지고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아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교회는 교회 안의 노인 성도들뿐 아니라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집단상담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모임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교회가 노인 성도들에게 상담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자, 지역 어르신들이 서로 교제하며 친구가 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의 역할과 삶의 효용을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라건대, 신앙을 바탕으로 한 노인 집단상담이 교회를 통해 확산되어 두렵고 당혹스러운 노년이 아니라 공감과 지지, 치유와 격려 속에서 노인들이 평안과 삶의 깊이를 얻어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채은 목사

<사랑교회, 前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