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마음으로 노를 발하지 말라 노는 우매한 자들의 품에 머무름이니라”(전 7: 9)
홧병이 더 만연해진 한국적 정서의 특성을 보면,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유교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개인의 감정보다 집단의 질서와 체면을 중시하며, 특히 여성에게는 인내와 희생, 순종이 미덕으로 강조되어 왔다. 가정에서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직장에서는 ‘맏이’나 ‘고참’이라는 책임감으로 감정을 드러낼 틈이 없이 살아가야 했던 수많은 이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억울함과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화를 내는 것은 미숙한 것이다”, “표현하지 말고 참고 견뎌야 한다”라는 사회적 기대가 감정을 억누르는 훈련이 되었고, 그 억제된 감정은 결국 시간의 경과에 따라 내면에 깊은 상처로 남게 된다. 이는 곧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혹은 홧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부분 원인 미상이지만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요인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다. 어릴 때 ‘적대적 동일시(Hostile Identification)’ 경험이 중요하다. 즉 닮고 싶어 하는 동일시할 적절한 대상이 없을 때, 부모가 스스로 충동 조절을 하지 못할 때에 싫어하고 닮고 싶지 않은 그 충동적인 부모를 동일시해 닮아가게 된다. 또한, 어릴 때 가정 내 폭력, 알코올 오남용, 성적 문란, 반사회적 경향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정 뇌병변 장애 특히 변연계 장애 때 흔하며 측두엽 간질,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인한 전두엽의 뇌 손상이 생물학적 원인이 된다. 그 밖에 어릴 때 지적장애, 뇌전증, 알코올 중독, 약물 오남용 등도 이와 관련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으로 아동기 주의력 결핍 장애를 가진 환자가 성인이 되면 나아지겠지 해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성인이 되어 충동조절장애를 계속 보이기도 한다. 정신 역동적으로는 충동적 행동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환경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충동조절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