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사람의 계산과 하나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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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세상살이 하다가 결혼한지 4년째 되던 해에 세속직장을 던지고 다시 신학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낙엽이 떨어지고 찬 기운이 불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허감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어릴적 꿈꾸었던 목회자의 길을 적극 권장해 저는 신학교로 갔습니다. 

그때 둘째 아이를 막 낳을 시기였습니다. 식구가 넷이나 될 상태에서 수입이라곤 전혀 없고 지출만이 발생하는 무모한 도전이었고 계산없는 삶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신학부 2학년에 편입해서 졸업하고, 다시 신학대학원까지 다니는 동안 집안 경제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거제도에서 매주 비행기 제외하곤 모든 교통수단을 다 이용해야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셋째 아이가 생겼습니다. 

지금 네 식구 먹고사는 일도 버거운데 수입이라곤 교육전도사 사례가 전부인 우리에겐 생명 주심이 기쁨이 아니라 근심거리였습니다. 그래도 작은 믿음이 있었던지 하나님 주신 생명이니 잘 키워 보자며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는 이쁘고 귀여웠습니다. 삶은 팍팍하고 어려웠으나 주변 형제분들의 도움으로 다섯 식구는 작은 행복을 누리며 학업과 교회 사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삼년 후, 우리의 계산과 상관없이 계획에도 없는 넷째 아이가 생겼습니다.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며 선물이란 걸 알지만 도저히 우리 형편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몇 날이 지난 후 제가 아내의 손을 잡고 병원에 가자 했습니다. 

이 상태로 도저히 살아갈 길이 없다고 판단한 저는 생명을 받을 수 없다고 무서운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때 제 아내는 저의 손을 뿌리치며 이렇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생명을 살리겠다고 직장 버리고 목회의 길을 들어섰지 않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생명을 버리면서 누구에게 생명의 복음을 전하겠느냐.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하나님의 눈은 속일 수 없지 않소.” 

그 때 그 말은 아내가 한 말이 아니라 제겐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습니다. 이리하여 낳은 아이가 넷째 아이입니다. 주변에선 아이들이 많아 앞으로 교회 청빙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아이를 낳고부터 하나님이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청빙 서류도 넣지 않았던 저를 당시 포항중앙교회 담임이셨던 서임중 목사님께서 단지 아이가 많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저를 전도사로 청빙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훈련받고 목사 안수 받은지 1년 6개월만에 이곳 대구수성교회 담임으로 부임해 23년째 목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고마운 손길들이었습니다. 저출산 시대에 접어든 지금, 주변 사람들은 우리 가정의 2남 2녀 자녀를 보며 부러워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인간적으로 계산하지 말고 하나님의 생각대로 해 보세요’ 이렇게 속으로 외칩니다. 

하나님은 선지자 이사야를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달라서 하늘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길은 너희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 생각보다 높으니라”(이사야 55;8-9)

최경식 목사

<대구수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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