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행복한 선택  박래창 장로의  인생 이야기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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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한국교회의 새로운 길을 열다”

장신대 교수진의 ‘디지털 리터러시’ 연구 결실

세상 속 그리스도인, 경계가 주는 해방을 살다

“한국 청년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나아가 세계교회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만한 혁신적 방안을 만들어보십시오. 제가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5천만 원씩, 연간 1억 원의 연구비를 대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장신대 기독교교육 전공 박보경, 신형섭, 신현호, 김효숙 등 4인의 교수가 주축이 되어서 ‘디지털 리터러시’ 연구팀이 만들어졌다. 깊이 있으면서도 현실 적용이 가능한 연구를 해주기를 주문했고, 이제껏 3~4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연구의 중간 결과물로서, 2024년 4월 기독교 플랫폼 ‘SWITCH(Sharing Wisdom Is To be Christian)’가 세상에 나왔다.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도움을 주는 다양한 영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영상 플랫폼이다. 장신대가 검증한 안전하고 올바른 기독교 영상만 업로드된다는 점이 일반적인 영상 플랫폼들과는 다르다고 한다. 이 플랫폼을 언론에 공개하는 자리에 초대됐을 때 나는 이 프로젝트를 후원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디지털 문명이 막 몰아닥치고 있는 가운데서 한국교회가 방향키를 잡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일단 장신대가 이렇게 먼저 시작해서 깃발을 들면 협력자들이 몰려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생각보다 큰일을 해냈다는 것을, 생각보다 크게 쓰임받았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장로의 탈을 쓰면 자유하다

2013년 6월 22일, 소망교회에서 예비 장로 부부 아홉 쌍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강좌가 열렸다. 장로가 되려면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득표로 선택된 후 6개월간 교육을 받아 노회 장로고시에 합격하고 장로장립을 받아야 한다. 이 교육과정 중 하나인 90분 강좌를 이날 내가 담당했다.

“예수 잘 믿고 장로 잘 하면 지금 여러분 삶에도 복이지만 자손들에게 위대한 축복의 유산이 상속됩니다”라고 강조했고, 장로로서 어떻게 살라는 말은 내가 살아온 이야기로 대신했다. 그리고 젊은 장로들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을 했다.

“장로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자유롭게 사는 것입니다. 장로의 탈을 쓰면 자유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설명을 다 듣고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이기 때문에 스스로 절제하게 된다는 의미가 잘 전달된 것이다.

유혹이 넘치는 사회 속에서 아무 경계도 없이 살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오히려 불안하고 불행하다. 확실한 절제, 확실한 경계선은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해준다. 한번 ‘장로의 삶’을 결단하고 기준을 명확히 하고 나면 실천은 그리 어렵지 않다.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참 자유’라는 상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고귀한 것이 자유다. 황명환 수서교회 목사님의 책에서 자유를 누리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자유하려면 ‘출(出) 애굽’, 즉 애굽을 떠나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법을 지키고 하나님을 섬겨야 완전한 자유인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한동안은 사업상 술자리를 거절하지 못하고 동석하곤 했다. 군에서 제대할 때까지만 해도 술을 권하는 사람에게 “저는 신앙인이라 마시지 않습니다”라고 거절하며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었다. 그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굳이 더 강권하는 사람은 없어서 신념을 지킬 수 있었다. 사업 전선에 뛰어든 이후로는 달랐다. “남자가 사업을 하려면 술자리를 피할 수가 없다”, “접대도 업무의 일부다”라는 식의 생각이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매번 사정을 설명하는 것도 어려웠고, 술을 권하는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적대시할 수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앞에 간단히 썼던 것처럼 소망교회 1기 장로로 피택되어 장로 안수를 받게 됐을 때 사업상 아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장로 장립식에 초대했다. 기독교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장로 장립식’이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고 하고, 기독교인이라 해도 ‘사업상 만난 사람의 장로 장립식에도 가는 것인가?’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일부러 더 당연한 듯이 “꼭 와서 축하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해서 사업상 동료들 중 많은 사람들이 1981년 11월 15일, 소망교회 교회 신축 입당 예배이자 장로 장립식에 참석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예식이 끝난 후 나를 만나 “엄숙한 예식에 감동받았습니다”, “장로라는 직책이 참으로 중요한 것이로군요” 등의 소감을 전했다. 교회 예식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해보기는 처음이라며,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후로 업계에 내가 장로라는 사실이 다 소문이 나서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회식 자리에 참석하게 되면 누군가 알아서 내 몫의 콜라를 주문해 줬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저 분은 왜 술을 안 드십니까?”라고 물으면 “아, 저 분은 교회 장로님이십니다”라고 대신 말해주었다.

세상 속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단지 ‘크리스천’이라는 자각만으로는 절제하기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유혹에서 멀어질 것을 결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장로’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세상 속에서 행동하는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놓으면 유혹이 알아서 멀어진다. 광대가 광대탈을 쓰면 탈속에서 마음껏 신명나게 광대놀이를 놀 수 있는 것처럼, 장로의 탈을 쓰면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으며 주저함 없이 장로의 선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박래창 장로

<소망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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