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가 초록으로 덮이고 오색 찬란한 꽃들이 마음껏 향연을 펼치던 5월 계절의 여왕께서 스르르 물러가며 온 세상이 짙푸른 녹음으로 눈부신 6월이 온다. 우리는 그 6월이 싱그럽고 희망차기보다 어딘지 처연한 달로 가슴을 밀고 올라온다. 아마도 6일의 현충일이 그렇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어떤 시인이 노래했다. 그래서 6월은 흰 꽃만 피는가 보다고. 그래 그러고 보니 6월은 하얀꽃의 천지인 듯 싶기도 하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엄숙한 날을 가볍게 입줄에 올린다고 나무랄 분들이 계시겠지만 너무 감사하고 엄중한 날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며 맞이하고 싶은 달이다. 사람에게 목숨이 하나씩밖에 없는데 나라를 위해 그 귀중한 목숨도 아낌없이 바치리라는 각오로 전쟁터에 나가고 독립운동에 신명을 바치는 일은 생각보다 얼마나 장한 일인가? 그냥 말로 하기는 쉬울지 모르나 실제 그 상황에서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흔쾌히 내 놓겠노라며 떨쳐 일어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나라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일제 36년을 생각하면 쉽게 그 참상을 알 수가 있으니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다. 전쟁의 참혹함은 6·25 한국전쟁으로 그 실상을 우리에게 똑똑히 보여주었기에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 전쟁을 통해 우리는 공산주의의 만행을 목도했기에 그 교육효과 또한 매우 크다. 하지만 이제 그 일들을 겪은 세대가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평소에는 수없이 동작동 근처를 지나다니면서도 무관심했다가 6월이면 한 번은 참배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인 것 같다. 올해도 차일피일하지 말고 빨리 다녀와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분들의 은덕으로 오늘을 살면서 무심하게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하나님께서 지켜 주셨기에 이 나라가 지켜졌음도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회개할 일이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나님 우리의 건망증과 오만함을 용서하시고 나라를 지킨 영웅들에 대한 감사와 그 일을 섭리하시고 지켜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는 믿음을 허락하소서.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