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만난 자리
바울은 말 그대로 “주의 제자들에 대하여 위협과 살기가 등등”했습니다(행 9:1). 바울은 예루살렘과 유다 지역에 이어 주변 디아스포라 지역들에서도 예수의 사람들을 단속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울과 그 일행은 예루살렘에서 점점 더 광포하게 되어갔습니다. 예루살렘의 권력자들은 이들의 위험한 열정이 거시적으로는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바울의 일행이 디아스포라 일대를 다니며 예수의 잔당들을 잡아들이게 되고, 그렇게 다메섹이나 안디옥 혹은 알렉산드리아의 유대인 공동체들에까지 예루살렘의 영향력이 미치게 된다면 그것은 누구보다 자신들에게 괜찮은 일이 될 것이었습니다.
대제사장은 흔쾌히 바울에게 위임장을 써주었습니다. 그런데 바울의 살기등등한 다메섹 원정길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강한 빛이 바울과 무리 모두를 비춘 것입니다. 바울은 그 빛에 놀라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에게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 음성은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고 바울을 질책했습니다. 바울이 누구인지 묻자 그 음성은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고 자신을 밝혔습니다(행 9:3-5).
예수님의 질문은 지금 바울이 부리는 광포한 열정의 이유를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바울은 그 질문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모세의 율법에 정통했고 충실했으며 율법과 예언이 지시하는 메시아의 도래에 강력한 희망을 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누구보다 앞장서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그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의 길을 막아서고 그들을 핍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 모순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진정 원하던 것을 행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미워하던 것을 행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롬 7:15). 그리고 예수님의 진리가 그의 인생 모든 것을 압도하는 순간 눈을 감았습니다(행 9:8). 다메섹에서 예수를 만난 바울은 누군가를 이끌고 다스리려 하던 자기 자신이야말로 누구보다 곤고한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롬 7:24). 바울의 길은 예수님을 대면하는 자리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낮고 천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강신덕 목사
<토비아선교회, 샬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