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열매와 축복] 기복교가 아니라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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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진선교유적지에서 ‘백정 전도의 개척자’ 사무엘 F. 무어 선교사의 사역에 대한 설명을 보고 있는 박한길 회장. (2018.12)

혹시 내 간증이 “예수 잘 믿었더니 큰 기업의 회장도 되고 부자 되더라. 그러니까 나도 예수 잘 믿자”라는 기복신앙으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 해 전 새해 아침 양화진 선교사 묘역에 갔었다. 100여 년 전, 이 땅에 온 선교사님들은 복(福)이 넘치는 미국, 캐나다, 호주 땅에서 복을 빌어(축복祝福) 모아서(축복蓄福) 쌓아놓고(축복築福) 누리지 않았다. 오히려 복을 차서(축복蹴福) 복을 쫓아버리고(축복逐福) 지독하게도 박복(薄福)한 조선 땅에 와서 복을 줄여서(축복縮福) 사셨다. 

그분들이 묻혀있는 양화진을 방문했을 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된 크리스천이라면 받은 복을 다 누리며 사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구나.’

사도 바울도 그랬고, 예수님의 열두 제자도 복을 차버렸다. 목숨을 잃었고, 가족도 챙기지 못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제자도를 따라 한국에 온 선교사님들도 미국, 호주, 영국이라는 세상의 복을 차버리고 가난한 조선에 왔다.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어린 자녀들을 풍토병으로 잃기도 했다. 

누구는 내게 돈에 휘둘리지 않고, 누적 1천300억 원이 넘는 돈을 어떻게 기부해 왔느냐고 묻는다.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는 것을 대단한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돈을 전혀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좋은 저택에 살고, 젊은 시절 꿈이었던 최고급 롤스로이스를 타고 다닌다. 돈을 쓸 만큼은 쓰고 살아간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한없이 많은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특히 남자들은 죄짓지 않으면 돈 쓸 일이 별로 없다. 집 있고, 차 있고, 양복 몇 벌 있으면 된다. 여자들은 돈 쓸 데가 좀 더 많기는 하다. 그래서 나는 여자가 돈 많이 쓰는 건 무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아내는 변변한 보석 하나 없이 산다. 큼직한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 선물하겠다고 백화점에 모시고 가면 만지작거리다가 도무지 못 사겠다고 한다. 결혼반지도 못 해줬던 내 마음의 아쉬움을 풀어보려는데, 아직 기회를 주지 않는다. 대신 비슷한 크기의 큐빅 반지를 산다. 회장 사모님이라 큐빅 반지를 끼어도 다이아몬드로 보니까 굳이 비싼 걸 살 필요가 없단다. 

어떻든 내 헌금과 기부는 100여 년 전, 선교사님들의 삶에 비하면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 목숨이나 전 재산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성경에는 분명 “힘에 지나도록” 하는 것이 기준인데, 나는 주시는 것 중에서 힘닿는 대로 드리고 있을 뿐이다. 부추겨서 이 글을 쓰고는 있지만 글을 쓰다가도 자꾸 망설여지고 숯불을 머리에 올려놓은 듯 얼굴이 화끈거린다.

‘복을 주다/축복하다’라는 의미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ברך(바라크)의 기본적인 뜻은 ‘무릎을 꿇다(kneel down), 찬양하다, 경배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시편 95편 6절의 “오라 우리가 굽혀 경배하며 우리를 지으신 여호와 앞에 무릎을 꿇자”에서 “무릎을 꿇자”는 표현이 바로 이 단어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보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라는 말도 형통이나 성공을 비는 말이 아닌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사람이 되십시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라크(ברך)란, 결국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고 무릎을 꿇는 삶이다. 왕궁에 있던 다윗이 그랬고, 감옥에 갇힌 사도들도 주님이 맡기신 사명 앞에 엎드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업에 실패해 월셋방에 있을 때도 바라크였고(하나님 앞에 엎드려 있었고), 지금 건평 365평 대저택에 살면서도 바라크이다(하나님 앞에 엎드려 있다).
월세방 가난과 간경화라는 병마로 인해 하나님 앞에 강제로 엎드려졌을 때, 나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시간들이 오히려 하나님 앞에 엎드리는 기쁨과 찬양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바라크는 받는 자가 무엇을 받을 것인지(예: 건강, 재물, 성공 등) 뜻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물질적 복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적 복에 강조점을 둔다.
따라서 히브리어의 (바라크)를 한자로 옮기자면, ‘복 福’자가 아니라 ‘엎드릴 伏’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영어의 축복을 의미하는 Bless도 ‘피를 흘리다’라는 뜻의 Blood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다. 제물은 피를 모두 쏟고 죽어있는 상태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는 길에 주님 공급하시는 손길이 있을 줄 믿는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우리는 주님과 사도들과 선교사님들이 가셨던 길을 기꺼이 가야 한다.

금 신상에 절하지 않은 이유로 풀무불에 던져질 위기에 처하게 된 다니엘의 세 친구는 이렇게 고백했다. 

“왕이여,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우리를 맹렬히 타는 풀무불 가운데에서 능히 건져내시겠고 왕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단 3:17,18).

그들의 고백에서 “건져내시리이다”보다는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에 더 큰 믿음이 담겨 있다.
다니엘의 세 친구는 금 신상 앞에 엎드리지 않고 오직 하나님 앞에만 엎드린 것이다.
금 신상처럼 번쩍이는 부유한 한 나라를 뒤로 하고 가난했던 이 땅에 엎드린 선교사님의 무덤 앞에 나도 엎드려 있기를 기도한다.

천국은 천사들과 성도들 모두 하나님 앞에 영원히 엎드려 기쁨으로 찬양을 드리는 곳이라고 나는 믿는다.

애터미 회장 박한길 장로는 성경에서 얻은 지혜로 부(富)를 이루고, 이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곳에 흘려보내는 축복의 통로가 되고자 한다. 드리미선교재단을 세워 천안 드리미고등학교를 운영 중이며, 해외에 100개 기독교학교 설립계획을 세우고 캄보디아, 몽골, 베트남에서 실행해 나가고 있다. 애터미는 26개 해외 법인과 60개국 판매물류시스템을 보유하고 창업 10년 만에 연 매출 1조 원, 지난해엔 2조6천억 원을 달성했다. 또한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국내 1위인 나눔의 명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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