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함께하는 행복한 노년] 노인교실, 그리고 교회 개척의 은혜

Google+ LinkedIn Katalk +

필자가 교회를 개척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노인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이 교회 개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직접 실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은 지하 공간에 교회를 개척하고, 동시에 노인교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교회에 들어서시는 어르신들의 얼굴엔 의아함이 가득했다. “교회에 오면 뭘 하는 건가요?” 물으며 조심스럽게 교회의 문턱을 넘으신 어르신들과 함께 노인교실은 시작되었다. 프로그램은 스트레칭, 율동, 그리고 행복한 노년을 위한 강의로 구성했고, 처음엔 단 7-8명의 어르신들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참석자는 120명이 넘었고, 지역 지구대 경찰들이 자원봉사로 식판 배식을 도와주기도 했다. 식사 봉사자가 부족해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자비량으로 장을 봐오고 정성껏 식사를 준비해 주셨다. 어르신들은 그 식사를 정말 맛있게 드셨고, 따뜻한 공동체 안에서 점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셨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부터였다. 노인교실에 참여하시던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주일 예배에도 참석하기 시작하셨다. 처음 교회를 와보신 분도 계셨고 한동안 교회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신 분도 계셨다. 그분들은 밖에 나가 다른 어르신들에게 “교회 갈 거면 저 교회에 가라”며 전도까지 하셨다.

무엇보다 큰 기쁨은, 그분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구원의 확신을 갖게 된 순간이었다.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할아버지는 정년퇴직 후 퇴직금으로 사업을 하다 모든 것을 잃었고, 아내마저 암으로 떠나보냈다. 깊은 우울 속에 살던 할아버지는 노인교실에 참여하시며 다시 활력을 되찾았고, 누구보다도 교회 소풍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분이 되셨다. 예배에 한 번 빠지신 적도, 지각하는 법도 없으셨고 교회를 자랑스럽게 여기셨다. 

무릎관절 수술로 입원하시고 얼마 지나자 “이제 퇴원해서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들뜬 목소리로 전화하셨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하나님께 부름을 받으셨다. 그 순간 깨달았다. 노인에게는 내일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언제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어르신들에게는 오늘이 구원받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한국교회는 어린이와 청소년, 장년을 대상으로 열정적인 전도를 이어오며 폭발적인 부흥을 이루었다. 천만 성도를 자랑하며 선교사들의 희생적인 복음 전파에 빚진 마음으로 전 세계를 향해 복음을 전해왔다. 하지만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 이제 한국교회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바로 ‘노인’이다.

물론 많은 교회들이 노인 사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단순한 돌봄 차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식사 제공, 건강 점검, 문화 활동도 중요하나 교회 노인학교의 진정한 중심은 복음일 수밖에 없다. 말씀을 가르치고, 함께 기도하며, 구원의 확신을 점검하는 영적 돌봄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노인들의 언어와 문화, 정서를 고려한 노인 맞춤형 복음 전도와 같은 프로그램은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노인교실은 단순한 프로그램 그 이상이었다. 그것은 어르신들에게 전하는 구원으로 향하는 문이었고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통로였다. 그리고 필자는 그 길목에서 수많은 영혼이 주님 품에 안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목회자로서 그것만큼 뿌듯하고 참된 보람은 다시 없었다.

강채은 목사

<사랑교회, 前 한국교회노인학교연합회 사무총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