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상처 입은 치료자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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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 길동은 명문가의 자제임에도 어머니가 여종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비범한 재주 때문에 아버지에게 살해 위협까지 받습니다. 그는 이러한 역경을 극복하고 활빈당을 조직해 두목이 되어 가난한 백성을 돕는 의적이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당시 백성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를 주었는데, 이는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불의에 맞선 홍길동의 모습이 그들의 마음에 깊이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한 성경 이야기가 바로 사사 ‘입다’의 삶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창기였고 아버지는 길르앗이었기에, 입다는 ‘서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본처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유산을 받지 못하게 하려고 그를 돕 땅으로 내쫓았습니다. 돕 땅은 많은 망명자가 피신처로 삼았던 곳으로 입다는 그곳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웠던 이들을 모아 홍길동의 활빈당처럼 게릴라 부대를 조직했고, 사람들은 그를 ‘큰 용사’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우상 숭배로 하나님을 떠나 영적으로 타락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하나님은 백성들에게 맹렬히 불타는 진노를 보이셨고, 그 분노로 이스라엘을 블레셋과 암몬 자손의 손에 팔아넘기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소유권을 넘겨준 것을 넘어, 18년간 극심한 압제와 고통을 겪게 하셨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누구도 암몬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서지 못할 때, 뜻밖에도 장로들이 입다를 찾아갑니다. 그들은 과거에 입다를 창기의 자식, 서자 출신이라며 무시하고 손가락질했던 자들이었습니다. 이제 상황이 절박해지자 그들은 자신들이 뱉었던 침을 다시 핥듯 입다에게 돌아와 장관이 되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과거 그를 천하게 여겨 내쫓았던 자들이 이제는 그에게 손을 벌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입다가 성경에 기록될 만한 이유가 드러납니다. 입다는 놀랍게도 과거의 상처를 떠올리지 않고 장로들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이는 단순히 용서를 넘어 상처 입은 치유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입다가 이처럼 예수님과 같은 모습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능력이 아닌 오직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입니다. 비록 기생의 아들이었고 마을에서 쫓겨나 역경 속에서 살았지만, 입다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진정한 섬김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신이 받은 아픈 상처를 신앙으로 승화시켜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모습입니다. 이 모습은 예수님의 섬김의 모습입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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