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의 문학산책] 시로 확인해가는 영생의 길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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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의 신앙 이어받아

박목월 시인

박목월(朴木月)(영종(泳鍾)) 시인의 문학 속에 신앙 시는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이 글의 주제이다. 박 시인은 5대째 내려오는 개신교 가정의 가장(家長)이다. 아내 유익순 권사는 평생 동안 남편의 신앙을 위해 기도와 협력으로 가정을 지켜 온 신앙 부부(夫婦)이다.

박 시인은 “시를 쓰는 그 자체가 신앙생활의 일부이며 신앙인으로서의 작가는 신앙시를 씀으로서 자신의 신앙을 확인 심화시키는 일”(시전집 서문에서)이라고 고백한다.

박 시인의 유고시집이 된 <크고 부드러운 손>에는 어머님의 신앙을 물려받은 내력이 소상히 담겨 있다. 

어머니의 기도-5

당신의 목에 거신 십자가 목걸이의 무게를 

오늘은 제 영혼의 흰 목덜미에 느끼게 하옵소서

어머니의 언더라인

유품으로는 그것뿐이다/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

우리 어머니의 성경책//

가난과 인내와 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금잔디를 덥고 양지바른 곳에 잠드셨다//  

오늘은 가배절(嘉俳節)/흐르는 달빛에 산천이 젖었는데//

이 세상에 남기신 어머님의 유품은/그것뿐이다//

가죽으로 장정된/모서리마다 헐어버린 말씀의 책//

어머니가 그어 놓으신 붉은 언더라인은/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

오늘은 이순(耳順)의 아들을 깨우치고 당신을 통하여/지고(至高)하신 분을 뵙게한다//

어두운 밤에 읽는 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당신의 신앙이/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가는 길에//

내 안에 울리는/어머니의 기도소리

+   아빠의 기도

신이여, 나의 아이들을 지켜주소서/내 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들을/그의 몫으로/남겨두지 마시고/당신이 그의 손을 잡고/함께 걸어주소서//

그가 홀로 쓸쓸해하며/들판의 돌과 바람을 벗하며/놀고 있을 때, 신이여/당신/바쁜 일이 많을지라도/그의 외로움을 돌아보시고/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걸/믿게 해주소서//

먼 옛날/내가 길을 가다 넘어졌을 때/당신이 손 내밀어 일으켜 주신 것처럼//

내 흙장난에 지치고 졸음에 겨워/엄마를 기다릴 때, 당신은/나를 업고 달래며 재워 주셨지요//

어쩌면 나의 아이들이/당신을 알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그래도 그들을 향해 등돌리지 마시고/그들의 투정마저도 나의 어린 시절처럼/안아 주소서/당신이 아니면 내 아이들은/언제나 한쪽 담 모퉁이에서 울고 있을 겁니다 

위에 인용한 두 편은  어머니를 모티브화 했다. 한 편은 아빠로서 자녀들을 위한 기도문이다. 말년에 쓴 시들은 대체로 어머니의 신앙적 행적에 크게 감화를 받게 된다.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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