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강단]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거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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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종종 ‘역전승’에서 찾아온다. 축구 경기에서 전반전에 0:2로 뒤지던 팀이 후반전에 3골을 넣어 역전하는 드라마 같은 순간은 팬들의 가슴에 오래 남는다. 인생에도 그런 역전의 순간이 있다. 전반전이 눈물과 실패로 가득했어도, 후반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회복과 기쁨이 터지는 수가 있다. 그 기적 같은 인생 후반전은 때때로 하나님의 은혜와 개입으로 시작된다.

미국의 세계적인 흑인 성악가 마리안 앤더슨(Marian Anderson)의 삶은 그런 은혜의 전형이다. 그녀는 음악대학 입학을 꿈꿨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입학을 거절당했다. 좌절과 차별 속에서 그녀는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섬기던 교회의 성도들이 그녀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함께 찬양하며 독창회를 열 것을 권유했다. 첫 연주 후, 악의적인 평론이 쏟아졌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없는 인내와 무명의 시간 끝에 마침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냈다. 세계적인 지휘자 토스카니니와 협연하게 되었고,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1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보석”이라 극찬했다. 마리안 앤더슨은 세상의 무대에서 당당히 승리의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다.

성경 시편 126편은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 포로에서 귀환하던 순간의 감격을 기록한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실 때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1절) 포로로 잡혀갔던 백성이 자신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해방되어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길,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혀에는 찬양이 넘쳤다.(2절) 그러나 이 시편은 단지 감격만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그 기쁨 이후에도 ‘남방 시내들 같이’ 더 큰 회복이 임하기를 간구한다(4절). 이는 하나님의 은혜가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흘러가야 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편 126편의 진짜 정수는 마지막 두 절에 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5–6절)

이 말씀은 기독교 신앙의 역설이자 인생의 비밀이다. 눈물은 약함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생명의 씨앗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도로 씨를 뿌리는 사람, 책임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충성하는 사람의 눈물은 헛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그 눈물을 기억하시고 반드시 기쁨의 단으로 갚아주신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이러한 역전의 은혜가 필요하다. 치열한 세상 속에서 신앙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가정에서도, 일터에서도, 교회에서도 우리는 연약함과 싸워야 한다. 때로는 ‘나 혼자만 울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쓰라린 외로움에 눌릴 때도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오늘도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를 통해 회복을 이루어 가신다. 실제로 한국교회가 성장하던 시절, 이성이나 계산이 아닌, 지친 삶의 틈 사이에서 흘러나온 눈물 같은 순전함으로 교회를 품고 새벽을 깨웠던 눈물의 기도, 교회를 위해 헌신한 무명의 손길들이 영광의 열매로 이어졌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교회의 리더인 장로들은 이 눈물의 사명을 회복하고 다시 깊이 품어야 한다. 교회의 위기 앞에서 장로가 먼저 무릎 꿇을 때, 성도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기도와 사랑, 말씀과 섬김으로 씨를 뿌리는 장로 한 사람의 수고가 교회를 살리고, 다음 세대를 세우는 기초가 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모든 문제의 끝은 아니라는 점이다. 회복의 여정은 종종 고난과 땀의 골짜기를 지난다. 씨앗을 뿌린다는 것은 단순한 소망의 표현을 넘어서,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땀 흘리며 감당하겠다는 책임 있는 태도다. 그러므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린다는 것은 단지 감성적인 고백이 아니라 자기의 진액을 쏟아내며 살아가는 충성의 자세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이 바로 그 진액이었다. 우리가 기도하며 흘리는 눈물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통로가 된다. 우리는 십자가 아래에서 뿌리고 십자가를 통해 거두는 사람들이다. 

오늘도 우리는 가정에서, 교회에서, 사회 속에서 씨를 뿌리고 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눈물, 교회를 섬기는 직분자의 헌신,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그리스도인의 애씀은 모두 귀한 씨앗이다. 사람들은 결과만을 보지만 하나님은 과정 속에서 흘린 눈물을 기억하신다.

결국 우리는 웃기 위해 먼저 울어야 한다. 영광의 추수는 눈물의 수고를 통해 주어지는 것이다. 승리의 노래는 쉬운 길이 아니라 기도의 골짜기를 지나온 사람의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예수님께서도 먼저 우시고 고난의 골짜기를 지나셨다. NO CROSS, NO CROWN! 십자가는 우리의 역전의 시작이다. 오늘도 눈물을 품고 씨를 뿌리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께서 기쁨의 단을 거두는 복된 역전을 허락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한다.

이규정 목사

<동대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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