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라는 말은 서양의 춤곡인 폭스트롯(Fox-trot)에서 왔지만, 한국의 트로트와는 아무 관련성도 없다. 한국 트로트는 일본의 메이지 시대 이후 형성된 요나누키(ョナき) 음계를 바탕으로 만든 가요에서 왔다. 요나누키의 요(四)는 네 번째 음인 ‘파’를 의미하고, 나(七)는 일곱 번째 음인 ‘시’와 같다. 그리고 ‘누키’는 뺀다는 뜻이다. 즉 ‘요’와 ‘나’를 뺀 음계라는 뜻으로 ‘도레미솔라’로 구성된 장음계를 말한다.
요나누키 장음계에서 3도를 내려서 단음계를 만들면 ‘라시도미파’의 단조 음계가 된다. 이 단음계에 4분의 2박자의 ‘쿵 짜자 쿵짝’ 하는 리듬이 깔리면 소위 뽕짝(뽕 짜자 뽕짝) 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미야코 부시 음계’라고 한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은 이 음계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가요이다.
이런 음계에 의한 노래를 일본에서 엔카(演歌)라고 하였다. 이는 연설의 노래라는 뜻인데, 메이지 시대에 연설(演設) 대신 부른 노래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일본의 계몽을 부르짖던 사람들은 연설을 통하여 자유민권사상을 강조했지만, 한편으로는 ‘연설’의 내용을 엔카(演歌)라는 노래로 만들어 퍼트렸던 것이다.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은 집권 후 이 진보 성향의 엔카 노래를 금지했다. 그 결과 자유나 인권, 평등사상을 노래했던 장조 풍의 당당한 엔카(演歌)는 남녀의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가 붙여진 유행가로 전락했고, 단조 풍의 음계에 감성적이고 애절한 분위기의 멜로디로 변천되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너무 요염하다고 하여 이름도 연가(演歌)에서 염가(艶歌)로 바뀌게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해당하는 대정(大正, 1912-1926) 시기에는 이것이 일본의 신파극 중의 노래로 불렸고, 이 신파극이 1920년대 한국에 수입되면서 엔카가 한국에도 유행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일본은 학교에서 우리 민요나 동요를 부르지 못하게 하고 엔카풍의 일본 노래를 동요, 창가, 교가, 군가, 애국가요, 건전가요 등의 이름으로 학교에서 가르치게 하면서 황국신민화를 부추겼다.
요즘 트로트 열풍이 대단하다 못해 광적이다. 일제강점기가 낳은 문화적 동화 현상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애써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트로트도 한국에 뿌리를 둔 우리나라 노래라고 우기면 안 된다. 트로트는 이제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왜색 문화의 현주소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