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의소리] 목소리와 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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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인은 각기 독특한 음성을 가지고 있다. 음성은 다양하여 같은 사람이라도 어려서는 어린아이 목소리를 내고 변성기를 지나면 성인의 목소리가 시작된다. 그 목소리를 가지고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나이가 들면 목소리가 변하는 사람도 있고 또 그렇지 않고 같은 목소리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 들어 목소리가 변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쉰 목소리가 좀 가미되는 경향이 있다. 목소리를 들으면 그 음색이 날카로운 사람도 있으며 푸근한 목소리를 지닌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 목소리를 연구하는 사람은 그 목소리를 듣고 나이, 직업, 성격 등을 추측해 보기도 하는데 상당 부분이 맞는다고 한다. 목소리를 아주 아끼는 사람들 중에는 성우와 성악가를 들 수 있다. 목소리가 직업과 직접 연관이 있거나 공연하는데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목소리 관리에 유난히 신경을 많이 쓴다. 목에 머플러를 감고 다니기도 하고 공연 전 공연장에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분무기로 물을 분사하기도 한다. 다양한 목소리는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고 있기에 목소리로 그 사람을 들여다보는 다른 창이 되기도 한다.

수어의 경우는 어떠한가? 수어는 농인들의 언어로 수어 역시 청인의 음성만큼 각 사람마다 다양하게 사용한다. 어떤 사람은 수어의 움직임이 크고 어떤 사람은 수어의 모양이 작으며 움직임의 속도도 빠른 사람도 있고 느린 사람도 있다. 수어의 뜻은 같을지라도 표현 방식이나 느낌은 청인의 음색이 다르듯 각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어떤 사람의 수어는 시원하고 느낌이 강하게 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의 수어는 답답하기도 하다. 수어를 통역하는 통역인의 경우도 나름대로 독특한 수어색이 있다. 많은 시간 한 번에 오래 통역을 하여 무리를 하는 경우에는 손목터널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악가가 성대를 아끼듯 통역인 역시 손목을 보호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다. 청인의 경우 자신의 음성을 녹음해서 들으면 평상시 듣던 음색과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이유는 상대방은 공기전도에 의한 음성을 듣고 지내지만 자신은 말을 할 때 공기전도에 의해 입으로 나오는 음성이 귀로 들리는 것과 골전도에 의해 뼈를 타고 들어오는 음파를 감지하는 것을 동시에 듣기 때문이다. 따라서 녹음해서 듣는 음성이 상대방이 듣는 음성이므로 때로는 자신의 음성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리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녹음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농인의 경우는 자신의 수어를 자신이 보기는 하지만 정면에서 보는 것이 아니고 또 얼굴 표정이나 몸짓 같은 것을 동반하여 수어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의 수어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청인이 녹음을 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과 같이 농인도 자신의 수어를 녹화하여 이를 한번 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자신의 음성이나 수어를 어떻게 느끼는가를 점검해가며 목소리를 다듬어 가고 또 수어를 가꾸어가는 자세는 상대방을 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격을 가다듬어 가는 일과 같다. 언어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언어가 상대방에게 주는 영향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음성언어든 수어이든 언어 사용에 있어 이를 훈련하고 돌아보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입 앞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라고 노래한 시편 기자의 구절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안일남 장로
<영락농인교회·사단법인 영롱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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