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모죽(母竹)’에게서 배우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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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중에 ‘모죽(母竹)’이라는 품종이 있는데 최고 양질(良質)의 대나무라고 합니다. ‘모죽’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고 가꿔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어느 날 손가락만한 죽순이 돋아나 성장기인 4월이 되면 갑자기 하루에 80cm씩 쑥쑥 자라기 시작해서 최고 30m까지 성장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왜 5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자라지 않았던 것일까요? 의문을 가진 학자들이 땅을 파 보았더니 대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이 사방으로 수 십 미터나 넓게 뻗어나가 자리를 잡고 있더랍니다. 5년 동안 숨죽인 듯이 옆으로, 또 옆으로 뿌리를 뻗으며 견고하게 내실을 다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5년이 경과한 후에야 당당하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마치 물을 끓일 때, 물이 끓기까지는 별 변화 없는 평정의 모습을 계속 유지하다가 갑자기 펄펄 끓기 시작하는 것처럼 모든 생물에는 임계점(臨界點)이 존재하며 여기에 도달하면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하겠습니다.

가만히 주변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포기’를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실패와 고생을 거듭해도 분명 성공할 날이 올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으로 차곡차곡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있었음을 봅니다. 지금의 시간이 미래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고 확신을 하는 것이지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발전은 보이지 않고 언제나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하여 포기하고 싶어질 때 그 시간은 ‘모죽’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의 5년의 시간이요, 100℃의 물이 끓기 직전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고 견뎌낸다면 언젠가는 ‘모죽’처럼 쑥쑥 자라고 100℃의 물처럼 펄펄 끓기 시작할 날이 올 것입니다.

태릉 올림픽선수촌에서 국제올림픽경기에 출전하는 유도선수들을 지도하던 어느 코치의 말이 생각납니다. “메달의 색깔이 결정되는 결선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모두 비슷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숨이 차고 팔다리에 기운이 빠져 더 이상 경기를 할 수 없을 듯한 한계점에 도달하여 경기를 포기하고 싶은 지경에 이른다. 이때는 상대방도 역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 때 자신의 가슴에 달려있는 태극마크를 힐끗 쳐다보고 두 손을 불끈 쥐고 나면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법이다.” 그렇습니다. 짧은 순간의 결단이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됩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만 사용하는 말이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영국에는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라는 유명한 학교가 있지요. 이 학교는 이름에 ‘칼리지(College)’가 붙어있지만 사실은 ‘대학’이 아니고 ‘고등학교’입니다. 이 학교는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인데 영국에서는 ‘퍼블릭 스쿨’이 공립학교가 아니고 ‘사립학교’랍니다. 공립학교는 ‘스테이트 스쿨(State School)’이라고 부릅니다. 한번은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이 《이튼 칼리지》의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세기의 영웅 처칠의 입에서 어떤 명연설이 나올까 하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처칠의 첫 마디는 “Never give up!(포기하지 마시오)” 한마디를 하고는 잠시 쉬었다가 다음 순간 다시 한 마디 “Never give up!”을 말하고 나서 잠시 후에 천천히 “Never give up!”을 말하고는 연단을 내려왔다고 하는 것입니다. 졸업식에 참석했던 많은 청중들은 역사상 가장 짧으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준 그의 연설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하지요. 

여기에서 성경말씀(잠 24:16)을 떠올려 봅니다.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인하여 엎드러지느니라.” 넘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실패입니다. 바울은 포악자(暴惡者)요, 핍박자요, 죄인의 괴수(魁首)였습니다. 그가 다메섹 도상에서 넘어졌으나 다시 일어나 변하여 새사람이 됨으로 복음전도자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씨를 뿌린지 5년 동안 참고 기다리는 ‘모죽’의 이야기를 통해 새삼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됩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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