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담대하라(여 1:9)
30대 초반의 여자 환자가 얼굴이 발갛게 달아서 찾아 왔다. 남편은 옆에 앉아서 별일이 아니라는 듯 무관심하게, 때로는 꾀병이라도 부리고 있다고 생각한 듯 가벼운 웃음을 보인다. 당신은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느냐며 태평하게 웃고만 있다고 아내는 불만이다. 40대 말의 기업체 사장님, 공황장애로 무서워서 늘 타고 다니던 승용차도 운전하지 못하고 특히 터널만 들어가면 불안해서 아내가 운전을 대신해준다. 언젠가부터 아내가 운전기사 노릇하며 출퇴근과 사업장을 오고 간다. 아내는 마지못해 운전해주지만 어이없다고 한다. 내과 진료해도 혈액검사나 심전도 등에서 아무 이상도 없고 건강하다고 하는데도 남자답지 못하게 운전도 못하고 소심함에 핀잔을 듣곤 한다.
죽을 것 같은 불안 공포감으로 대중교통과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거주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40대 직장인이 있다. 6월 제주도 출장이 잡혔다. 이 순간부터 극도의 불안이 커져만 갔다. 회사 출장이라서 거부할 수도 없고 비행기를 탈 일이 매우 걱정스러워 진료실을 찾았다. 지금까지 통원치료를 잘 해오셨기에 약을 잘 복용하고, 불안하면 언제든지 복용할 수 있게 주머니에 소지하고 출장 다녀오라고 격려하였다. 출장 후 자신감이 충만한 기쁜 얼굴로 손에 작은 선물을 들고 진료실을 찾아왔다. 잘 다녀왔으며,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다며 8월 여름 휴가를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잡았다고 한다. 이렇게 공황장애는 드라마틱하게 호전되고 나만이 아니고 가족들에도 즐거운 일상생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질환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필자를 명의로 만들어 준다.
황원준 전문의
<황원준 정신의학과 원장•주안교회 시무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