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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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요수아 헤셸(Abraham Joshua Heschel)은 유대교 랍비이자 사상가로서 기독교 교회에서도 존경받는 세계적인 신앙인이었다. 헤셸은 1907년 폴란드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나 유대교 신비주의 하시디즘 전통하에서 성장하였으며 당시 학문의 중심인 독일 베를린으로 유학하여 독일 철학과 신학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하기 직전 극적으로 유럽을 탈출하여 아우슈비츠의 학살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으며, 그는 자신을 “유럽의 불구덩이에서 타다 남은 막대기”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헤셸은 미국 뉴욕에 있는 아메리카 유대교신학교에서 197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유대 신비주의와 윤리학을 가르쳤다. 그는 또한 당시 미국에서 흑인인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 행진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헤셸을 만난 것은 1980년대 후반 서울의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의 저서들을 통해서였다. 당시 필자는 30대 중반으로 기독교신앙에 입문하면서 수많은 고뇌와 방황을 거듭하던 때였는데, 서점에서 눈에 들어온 그의 저서 『사람을 찾는 하나님』은 당시 필자의 마음에 한 줄기 빛과 같은 감동을 선사하였다. 그 이후 그의 모든 저서를 찾아서 읽기 시작하였고, 지금도 서재에서 때때로 그의 빛나는 언어를 만나는 감동의 시간을 가지곤 한다. 헤셀은 필자의 신앙편력에서 몇 안 되는 믿음의 스승 중의 한 사람으로 남아 있다. 

헤셸은 베를린 유학 시절 당시 문명의 중심인 베를린에서 당대 최고의 철학과 학문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신앙과 관련하여 심각한 의문에 휩싸였다. 독일 합리주의 철학의 일인자인 임마누엘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객관적인 진리를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입증하였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과율이라는 범주를 통해서만 사물을 인식할 수 있을 뿐 물 자체는 영원히 알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만약 칸트가 옳다면 우리의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객관적으로 참된 것이 될 수 없고 단지 상징에 불과한 것이 된다. 종교는 하나의 픽션이며 사회나 개인의 행복에 유용한 것이기는 하지만 객관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 합리주의 철학의 이러한 결론은 피할 수가 없으며 서구사회에는 점차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신론이나 불가지론이 득세하게 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유럽 사회는 급속하게 세속화의 경향을 띠게 된 것이 사실이다. 

헤셸은 베를린 유학 시절 한편으로는 웅장한 건축물과 음악, 연극, 강연이라는 역동적인 현대문명에 의해 압도되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현대철학의 신앙에 대한 부정적 결론으로 큰 고통과 슬픔을 경험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베를린 시내를 거닐면서 갑자기 해는 저물었고 저녁기도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그는 기도를 통해서 철학을 배울 수 없는 것처럼, 철학을 통해서 기도를 배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는 고통과 기쁨이 단지 관념이나 픽션이 아니고 직접적인 현실인 것처럼 하나님은 상징이 아니라 생생한 실재이며 우리의 영혼은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깊은 확신 속에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헤셸의 하나님 신앙의 핵심이다. 필자는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에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대문명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헤셸의 확신에 찬 하나님 신앙과 기도와 성경과 안식에 관한 지혜로운 그의 말들을 떠올리곤 한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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