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람들의 관심은 대선에 쏠려 있다. 대통령이 되는 길은 참으로 힘들고 험한 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국민의 열망을 거절한 인물도 있다. 유명한 아인슈타인이다. 1952년 신생국가 이스라엘의 초대 대통령 와이츠만(H. Weizmann)이 서거하자,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Knesset라고 부른다)는 차기 대통령 물색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의원내각제이며, 대통령은 의회에서 다수결로 선출한다. 여야가 만장일치로 합의된 인물은 아인슈타인이었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미국의 조용한 대학 도시 프린스턴에 살고 있었다. 이스라엘 의회 지도자들은 대거 비행기를 타고 프린스턴으로 몰려갔다. “아인슈타인 박사님! 이스라엘의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헝클어진 머리에 허름한 스웨터를 입고 있던 아인슈타인의 대답은 짧은 한마디였다. “저는 그런 일에 적합한 인물이 아닙니다.” (I am not fit for the job.) 의회 지도자들은 빈손으로 이스라엘로 돌아갔다.
구약성경을 보면, 이스라엘 역사에도 왕이 되기를 거부한 인물이 있었다. 사사 기드온이었다. 그는 이스라엘의 통치자는 오직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확고한 믿음으로 백성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도 불구하고 왕이 되기를 거절했다.
그러나 사람은 약한 존재이다. 백성들이 전쟁의 영웅 기드온을 계속 환호하며 떠받들었을 때 그는 차츰 변해갔다. 그의 후반기의 삶을 보면, 아들만도 70명이나 되었다. 딸까지 포함하면 자녀의 수만 해도 엄청났을 것이다. 기드온은 수많은 여인을 거느리고 부와 영화와 권세를 누리는 인물이 되었다. 당시 큰 도성 세겜에는 애첩도 있었고, 그가 낳은 아들의 이름을 ‘아비멜렉’이라고 지어주었다. 아비멜렉! ‘나의 아버지는 왕이다’라는 뜻이다. 기드온은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 스스로 왕이라는 호칭은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의 이름을 ‘아비멜렉’이라고 지어주었다는 것은, 기드온 자신이 왕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비멜렉’은 성격이 포악하고 야심으로 가득찬 인물이었다. 아버지 기드온이 죽자, 그는 세겜에 있는 폭력배들을 매수해서 그들을 이끌고 아버지 기드온의 고향 ‘오브라’를 습격했다. 오브라에는 아비멜렉의 70명의 이복형제가 살고 있었다. 권력에 눈이 먼 아비멜렉은 70명의 이복형제들을 일거에 몰살시켰다. 형제들을 모두 죽인 아비멜렉은 세겜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스스로 왕이 되었다. 왕이 되어서는 안 될 패륜의 인물 아비멜렉이 이스라엘 역사에서 최초의 왕이 된 것이다.
그러나 아비멜렉의 왕권은 3년을 지탱하지 못했다. 아비멜렉에 대항하는 반란이 일어났고, 그는 이를 진압하기 위해 ‘데베스’라는 곳으로 갔다. 데베스의 성에 가까이 갔을 때, 한 여인이 망대에서 맷돌짝을 던졌고, 그것이 아비멜렉의 머리에 맞아 두개골이 깨져 그는 처참하게 죽고 말았다. 70명 형제를 몰살시키고 왕이 된 아비멜렉은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고, 이로서 기드온 가문은 멸족이 되고 말았다.
하나님은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이시지만 불의와 악에 대하여는 무서운 징벌을 내리신다. 시편은 악인이 번성하는 것 같아도 “잠시 후에 악인이 없어지리니 네가 그곳을 자세히 살필지라도 없으리라”고 말씀했다. (시 37:10) 하나님은 악에 대해서는 무서운 심판자이시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