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국내 최대의 신문으로 알려진 모 신문사 1월 9일 자 인터넷판에는 무속인에게 새해 운세를 묻는 기사가 올라 있었다. 이 신문 인터넷판에는 “9일 자유북한방송은 국내외 유명 역술인들이 말하는 김정은 운세를 종합, 정리해 동영상으로 보도했다”라고 하면서 “대체로 ‘2014년부터 김정은의 운세가 불안하다’ ‘누군가에게 권력을 찬탈당한 것’ 등의 내용이라 눈길을 끈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자유북한방송의 보도를 계속 인용하면서, 무려 6명의 무속인의 예언을 종합하여 마치 2014년에 김정은이 큰 변을 당할 것 같은 분위기로 몰아갔다.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중에는 “김정은과 북한의 운명은 점쟁이들이 다 알고 있는데 국정원은 왜 필요하지? 국정원 없애고 국점원을 신설하라!”라는 글도 있었다.
언론이 무당을 띄우는 보도도 문제지만, 그 예언이 빗나갔을 때 보도하지 않는 무책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예를 들면 1994년 북한의 김일성이 사망하였을 때 그 날짜를 알아맞혔다는 무속인 심진송 씨는 언론의 호들갑에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당시에 예언한 말은, “김정일은 오래가지 못하고 실각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건재하였고, 그 아들에게까지 권력을 대물림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무당의 예언 불발이나 언론의 오보를 문제 삼고 지적한 사람은 없었다.
또한 위의 신문 인터넷판 1995년 9월 29일 자에는 “김정일 내년 유럽 망명 예언/ 김일성 사망 적중 심진송 씨 책 내 화제”라는 제목하에 이 무속인이 쓴 책을 홍보하고 있었는데, “빠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5월(음력 기준)에 내각제가 반드시 이루어지며…”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것도 빗나간 예언이었으나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이 신문은 2012년 7월 5일 자에도 차기 대통령은 문재인이 될 것이라고 하는 위 무속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무속인 심진송 씨(61)가 오랜 잠적 끝에 입을 열고 ‘이번 대통령은 문재인이 된다’라고 예언해 대선정국에 파란을 예고했다”라는 보도를 하였다. 그러나 이 빗나간 예언이 문제가 되고 사회적 파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이렇게 오래전부터 무당의 나라로 살아왔으나 그것을 무리 지어 비판하거나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요즘 어떤 대선 후보에 대하여 유독 집단적으로 무속 프레임을 걸어 비난하는 것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강남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