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대화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여자들의 말은 끝이 없다. 시작도 끝도 없다. 거미 꽁무니에서 실을 뽑아내듯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끝이 나지 않는다. 실제로 여자는 남자보다 이야기를 세 배 정도 많이 해야 정서적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도대체 여자들에게는 왜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걸까?
이것을 이해하려면 역시 원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남자들의 역할은 먹을 것을 조달하는 것이었다. 고기를 잡거나 사냥을 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집에서 둥지를 지켜야 했다. 그래서 옛날부터 남자와 여자는 자신들의 능력을 다르게 진화되어 왔다. 으슥한 길목에 숨어 사냥감을 기다려야 했던 남자들에게 말이 많은 것은 결코 미덕이 될 수 없었다. 말이 많다면 짐승들에게 노출되어 사냥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반면 둥지를 지키며 아이들을 길러내야 했던 여자들에게는 관계가 중요했다. 훨씬 더 많은 말이 필요했다. 아이들에게 삶의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끝없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들어주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지나치게 말이 없는 어머니보다 표현이 풍부한 어머니가 자녀 교육에 더 이상적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각자 다른 역할을 맡아 협력하며 살아온 조상들의 유산이다.
연구 자료에 의하면 남자가 하루에 쓸 수 있는 단어는 7천 단어에 불과하다. 반면 여자는 3배에 해당하는 2만2천 단어 정도를 하루에 쏟아내야 한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가 아닐 경우, 여자들이 집 안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몇 단어나 될까? 시장에 가고 아이들 보고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도 2~3천 단어에 불과하다.
아직도 2만여 단어가 남아있는 아내들은 허전하다. 남편이 퇴근해 들어오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는 순간 맨발로 뛰어나가 남편을 맞이하는 아내들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여보, 온종일 무료했어요. 참 잘 왔어요. 어서 빨리 내 말 좀 들어줘요.’
그런 남편을 붙들고 나머지 아직 사용하지 못한 2만 단어를 속사포처럼 쏟아 붓는다. 그러니 남편은 질릴 수밖에 없다. 바깥에서 이미 남편은 7천 단어를 다 소진해 버렸다.
집에 돌아온 남편의 귀에 아내의 말이 들릴 리가 없다.
또 남녀간에 서로 다른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 전화통화이다. 남자들은 통화를 할 때도 대개 ‘용건만 간단히’ 한다. 결론이 중요하다.
“내일 시간있어요. 내일 만나서 차 한 잔 해요.” 이러면 끝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한두 시간을 통화하는 기막힌 재주를 가지고 있다.
아내가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들으니, 30분을 통화하는데도 주제가 없다. 모두가 헛소리다. 50분을 통화하는데 경상도에 갔다가 호남지방으로 간다. 1시간 20분이 지나더니 미국으로 건너가 지구 한 바퀴를 돈다. 1시간 30분 넘어서야 입이 아픈지 그제서야 수화기를 놓으며 하는 말.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두상달 장로
• 반포교회
• (사)인간개발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