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면 남자들도 사추기를 겪게된다. 그동안 일이나 회사에 충성하느라 앞뒤 안가리고 열심히 살아왔다. 이제 여유가 어느 정도 생기자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아이들도 눈에 들어온다. 젊고 싱싱하기만 했던 아내가 나이 들었다는 것에 측은하게 느껴진다. 자신 역시 예전만큼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늦었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있는가? 그리고 아내가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또는 건강해질 수 있게 조언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 집에 더 늦기 전에 뭔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존 그레이 박사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따르면, 여자는 가정진보위원회이고, 남자는 미스터 수리공이라고 했다. 쉽게 말하면 여자들은 배우자를 계속 개선시키려고 한다. 반면 남자들은 문제 상황이 생기면 온 힘을 다해 그것을 고치고,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모든 상황을 부부가 개선과 수리관점으로 다르니 가정에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거기에 중년기 남성들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성향이나 남존여비의 영향권에 있다. 윽박지르거나 훈계조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이나 대화방식이 서투르다.
자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 아내가 좀더 좋은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말투나 어조는 서투르기가 그지없다. 상대방이 한심하다는 투로, 때로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대한다. 혀를 차고 무시를 한다. 마구 깎아내리는 말투다. 그 어떤 지혜를 담고 있다해도 ‘지적’이고 ‘비난’이요 ‘잔소리’에 불과하다!
입장을 바꿔보자. 자신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 성숙할만큼 자랐다. 그런데 누군가 자신에게 가타부타 토를 달면서, 삿대질을 하거나 비난을 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그런 이의 말을 귀담아 듣고 싶을까? 상대방의 멱살을 잡으면 모를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아내와의 대화, 가족과의 대화에서 성공하려면 먼저 폐쇄적인 내 마음의 문을 열어라. 개방적으로 수용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먼저 상대 말을 무조건 경청해라. 그리고 공감하고 인정해주며 맞장구쳐주는 것이다. 성급한 정답은 오답이다. 그러고 나서 약간의 조언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내가 장을 보다가 이상한 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30분 이상 한다해도 일단은 들어주어야 한다. 대화내용이 상식도 아니고 허무맹랑하게 들려도 일단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 귀담아 들어주면서 ‘구나구나 어법’으로 공감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구나(참, 속상했겠네)” “많이 힘들었구나(많이 힘들었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대방의 말에 토달지 않는 것이다. 일말의 ‘공감’ 없는 조언은 공해다. 백해무익이다. 물론 남자들의 마음은 해답이나 지혜,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일단은 상대방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공감해주자.
30분이고 1시간이고 들어주는 곳에 해답이 있다. 대화는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아내는 자신을 이해해주기만 하면 죽는 것 빼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다. 가족과의 관계 개선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비즈니스이다.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다.
두상달 장로
• 반포교회
• (사)인간개발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