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내년에는 꼭 찾아뵐게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아들의 전화통화가 뻔한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문 쪽을 자주 바라보다가 허탈한 마음으로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홀로 맞이하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곳곳에 흩어져 사는 자녀들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아빠, 미안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바빠서 못 갈 것 같아요. 내년에는 꼭 갈게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자녀들 앞으로 카드 한 장이 도착합니다. 아버지가 홀로 계시다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장(訃告狀)’이었습니다. 자녀들은 저마다 깊은 죄책감과 슬픔에 잠긴 채, 하던 일을 멈추고 급히 짐을 꾸려 아버지 집으로 속속 모여듭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집안에는 멋진 크리스마스 장식과 함께 풍성한 식탁이 차려져 있었고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집안 저편에서 정장 차림으로 자녀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안도와 기쁨의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자녀들에게 아버지가 말합니다. “많이 놀라게 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면 바쁘게 사는 너희 모두를 어떻게 이렇게 한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겠니?” 아버지의 ‘거짓 부고장’ 덕분에 가족들은 수년 만에 함께 모여 푸근하고도 행복한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2015년 독일의 某슈퍼마켓 체인이 출시(出市)한 1분 46초짜리 분량의 《이젠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라는 ‘크리스마스 광고’의 내용입니다. 이 광고가 처음 나왔을 때, 당시 독일이 직면하고 있던 ‘고령화 사회’의 심각성과 맞물리면서 이성적이고도 관념적인 독일인들의 심금을 크게 울렸다고 합니다.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을 보기 위해 ‘아버지 자신의 부고’라는 가짜 뉴스를 이용한 것은 다소 코믹한 면이 있지만 허구한 날들을 마냥 외롭게 보내야만 하는 이른바 ‘독거노인’으로서 오죽하면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찡해옵니다. 물론 자녀들의 입장에서는 이 광고를 바라보는 마음이 다소 불편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 가정이나 양로원 혹은 요양원에서 오롯이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을 떠올리면서 현관 쪽을 하루에도 수도 없이 바라보는 부모님에게 당장 전화 한 통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성탄절에는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나아가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하늘 아버지께서 얼마나 행복해 하실까요? 그렇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지금이야말로 《이젠 집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
현대사회는 ‘출산율 감소’와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라 ①고령화 사회, ②고령 사회, ③초고령화 사회로 구분되는데 현재 ‘고령 사회’인 우리나라는 급속하게 ‘초고령화 사회’로 접근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고령화 사회’란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를 말하는데 한국은 2025년에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노인문제 해결을 위하여 이제는 교회도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떤 역할을 감당해 나가야 할까요? 교회는 먼저 노인들의 영혼구원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노인들에게 영생의 복음을 심어주고, 천국을 소망하면서 살아가도록 돕는 것만큼 값진 선물은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노인들이 지닌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목회사역의 현장으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노인들에게 중보기도, 노인정 전도 등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정체성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교회는 신앙적 성숙을 지향하는 노년교육을 비롯하여 교회 안의 다른 연령집단과의 세대적인 교류 등을 활성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전교회적으로 경로사상을 고취시켜 나가기 위하여 어버이주일 행사를 의미 있게 진행하고, 경로잔치, 효도관광을 비롯한 장한 어버이 및 효자-효부상 시상 등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미래의 목회는 교회인구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노령인구를 무시하고는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하므로 평생 동안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화(聖化)의 훈련과 노인들의 지속적인 신앙성장을 위하여 이제는 교회가 발을 벗고 나서야 하겠습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