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다. 독재주의나 전제주의와 비교되는 것도 선거제도이다. 세습이 아니라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정신에 의해 구성원들이 자유, 비밀, 평등한 투표로 지도자(기관장)를 선출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뿐 아니라 각종 선거들이 다 중요하다. 특별히 풀뿌리 민주주의 제도인 지방자치단체장(시‧도지사/시‧군‧구청장)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원(시‧군‧구의원)도 중요하다. 이번 3월 8일에 실시되는 전국의 농협, 수협, 산림조합장 선거 역시 대단히 중요한 전국행사인 것이다. 농‧어촌 및 산간지방에 가보면 농협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민의 숫자도 계속 줄어가고 있고 그나마 주민 대다수가 노령층이다. 농토가 있어도 직접 영농이 어려워 위탁영농을 하거나 농협과 농촌지도소의 지도에 따라 농사를 짓는다. 추수한 뒤 농산물 판매도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 외 일상생활까지도 농협(축협, 원예협)의 도움을 받는다. 가령 월동용 석유 배달도 해주고 가을이면 조상묘소 벌초도 도와준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지역사회에서 조합장들의 역할은 계속 확대되어 가고 있다. 2023.3.8.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는 농협, 수협, 산림조합 1,347곳에서 선거인 260여만 명이 참여하게 된다. 과거 임명제였던 조합장을 1988년부터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합 스스로 관리했지만 여러 곳에서 불법 선거 사례가 발생해 고소, 고발, 재판, 구속과 징계 등이 나타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2015년부터 전국이 동시에 실시하게 되었다. 조합 특성상 같은 지역사회에서 친밀한 연고 관계라 금품수수가 범죄라는 인식이 희박하고 늘 만나는 지역사회라 서로 제보를 꺼려 ‘돈’이나 금품 제공 및 향응의 불법사례가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때 불법 선거행위 적발 건수가 232건, 불법선거사범은 438명이었다. 제2차 때는 120건에 233명으로 50% 이상 줄어들었다. 이중 선거운동 방법위반 건수와 허위사실 유포 및 불법 선거 개입 등이 줄었기에 이번 제3회 선거(2023.3.8.)에서는 선거위반 사고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감시 제도가 가동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자 자신들과 유권자인 조합원들의 마음가짐이다. 분명한 공명선거 의지와 제대로 된 조합과 지역사회를 가꾸어보겠다는 자발적 의지와 자부심(명예의지)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조합은 단순히 조합의 발전과 이익의 실현을 넘어 1차산업의 근간이 되며 지역경제의 원활한 운영이 되도록 중추적 역할을 감당해야 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혈연이나 학연 및 지연 등의 연고주의를 과감히 벗어나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검토해 재신임할 것인지 교체해 새 조합장을 뽑을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일단 조합장에 당선되면 고액의 연봉과 업무 추진비가 보장되고 조합운영에 있어 인사권과 경영권 및 전반적인 조합운영의 결정권을 갖게 되어 현지에서는 ‘노른자위’나 ‘황금자리’라고 한다. 실제로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기관장이기 때문에 생활 속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런 민주주의 선거제도의 운영에 있어 우리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공명정대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계몽도 하고 모범도 보여야 한다. 신앙인들은 항존직 선거를 통해 투표는 하나님의 일이라는 것을 경험해 왔다. 궐석된 제자 가롯 유다의 후임으로 맛디야를 뽑을 땐 제비뽑기 방식을 취했고(행 1:23-26) 초대 교회 행정과 구제 담당 7집사를 뽑을 땐 현대식 투표 방식을 취했다(행 6:1-6). 어떤 학자는 성령 강림 전에 실시한 선거는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직접 선정하게 하는 방식(제비뽑기)을 취했고 성령 체험한 후에는 유권자 각자가 신앙양심에 따라 적임자를 선정케 하는 투표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어쨌든 투표용지를 들고 있을 때까지는 내가 주인이지만 일단 투표를 마친 뒤에는 당선자의 노예가 될 각오를 해야되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