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인생살이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하나님을 잘 믿는 선한 성도가 당하는 고난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이성(理性)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선인과 악인이 똑같이 고난을 당한다. 어거스틴은 이런 질문에 답한다. “그리스도인들이 비록 범죄와 불경건한 악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죄악의 보응으로 나타난 현세적인 불행을 당하지 않을 정도로 그런 악행에서 스스로 멀리 떠나 있지 않다.” 어거스틴 생존 당시 이민족(異民族)의 침탈로 로마시가 당한 약탈에 대하여도 말했다. “로마인들도 다른 나라 도성(都城)을 정복했을 때 약탈을 했다.”
그리스도인들의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 속해 있다. 사람의 칭찬을 얻으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 옳다. 로마인들은 가장 뛰어난 제국으로서 베풀어 준 덕성에 대하여 다른 나라들로부터 영예와 권력과 명예를 얻었다. “저희는 이미 자기 상을 받았느니라”(마 6:2) 유일하고 진정한 나라는 하나님의 도성이다. 세상의 도성에 있는 악은 능동적인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이다. 악은 하나님의 보호를 받지 않는 유한적인 피조물, 인간 안에 있는 고유한 것이다. 죄란 하나님을 향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당시 로마 시민들, 그리스도인들까지도 기독교를 공인하고 국교로 받아들였는데도 로마 제국이 멸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로마제국이 영원할 줄 알았다. 이 의문에 대한 답변서가 <하나님의 도성>이다. 어거스틴이 13년 동안의 집필을 끝낸 지 3년 후에 반달족(Vandal)이 어거스틴이 살고 있던 아프리카 알렉산드리아를 유린했다. 생애 마지막 8개월을 파국(破局)이 기다리는 도성에서 보냈다. AD 430년 8월 28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의 저작 <하나님의 도성>은 오랜 세월을 두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정신적, 신앙적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있다. 역사 속에서 또는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변서이기도 하다. 로마 제국은 스스로 제국의 안전을 지키고 방어하기 위해서 할 일을 했어야 했다.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성, 하나님의 장막의 성소를 기쁘게 하는 시대가 되기를 원하며 세상을 떠났다.
제국의 멸망 원인은 학자에 따라 분석이 다르지만 대체로 도덕성의 타락, 사회 유지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과 능력 부족, 농민층의 붕괴, 이민족의 침입 등을 말한다. 제국 스스로가 대비를 못한 것이다.
어거스틴은 말한다. 내세(來世)의 것만을 염려하고 현세의 것에서 여러 수단을 강구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내게 주신 상식과 수단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가만있어도 하나님께서 그를 돌보시고 그의 부족함을 채워 주실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필요한 모든 때에 하나님의 특별한 도우심을 바랄 수는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수단을 부지런히 사용하면서 도우심을 바라야 한다. 무익하게 앉아서 아무런 하는 일 없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은 광신(狂信)에 불과하다. 신앙을 모독하는 것이다. 야곱은 에서를 만나러 갔을 때 감동적인 기도를 드리고 선물을 준비했다. 산헤립이 예루살렘을 공격해 왔을 때 히스기야는 성벽을 세우고 예루살렘 도성에 물 공급을 위해 수로(水路)를 만들고 창과 방패를 만들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사도 바울도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피해 다닌 것을 볼 수 있다. 한 가지는 명심해야 한다. 정당한 수단을 사용하는 반면 그것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 도우심을 구해야 한다.
김용관 장로
<광주신안교회·한국수필문학가 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