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신학 공부를 하는 동안 뉴질랜드 현지 교회에서 아시안 담당 교역자로 잠시 섬긴 적이 있다. 어느 날 인도에서 한 목사님이 와서 간증을 하셨다. 당시 인도에는 복음의 불길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본인의 교회에도 1년에 새신자가 무려 4만 5천 명이 등록하고 있으며, 지금 복음의 불길이 타오를 때 인근 마을마다 찾아가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도는 워낙 땅이 넓어 다른 지역을 이동하려면 반드시 차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 전도용 차량 24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뉴질랜드 성도들을 향하여 간절하게 지프를 후원해 달라고 요쳥했다.
인도 목사님의 간절한 요청을 듣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뉴질랜드 교회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교회도 은행 빚으로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일전에 도저히 은행 빚을 감당 못해 은행 경매에 넘어간 적도 있었다. 이슬람이 이 교회를 낙찰 받았는데 가까스로 교단에서 구해냈다. 이런 형편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저분이 괜히 와서 비행기 값만 날리셨구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내 안에 간절한 마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하면 저곳에 지프를 몇 대 만이라도 사서 보낼 수 있을까? 예배 내내 그 생각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나 역시 넉넉한 상황이 못 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뉴질랜드인이 경영하는 영어학교에서 한국인 담당으로 일을 하고 있어 때때로 약간의 수입이 생겼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한 것도 내가 다니는 신학대학이 재정적으로 너무 어려움이 있어 나를 통하여 한국 학생들을 모집해서 영어학교로부터 어느 정도 재정적인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다. 한국 학생들이 많이 오면 올수록 나의 수입도 늘어났다. 앞으로 수입이 얼마나 될지 전혀 알 수 없었으나 인도의 사역자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서 예배 도중에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지프 10대 보내겠습니다”라고 대책 없이 서원을 했다.
그 당시 인도 교회에서 원하는 지프는 대당 7천 달러로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그러나 10대의 비용은 장담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매번 수익금이 나오는 대로 한 대씩 보냈다. 그렇게 해서 몇 년에 걸쳐 간신히 10대의 값을 다 보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 지프를 통해 인도 전역에 복음이 전파될 것을 생각하니 그 기쁨은 말로 할 수가 없었다.
얼마 뒤 지프를 타고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사진이 나에게 전해졌다. 이 일을 하도록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했다. 외국 땅에서 밥 세끼 해결하기도 너무 어려운데 이렇게 선교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시니 그 감격은 말로 다할 수가 없었다.
이 지프 비용을 인도에 보낼 때에 뉴질랜드 교회를 통해 보냈다. 그리고 이것은 교회가 직접 하는 것으로 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오직 하나님 한분에게만 영광을 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