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인생이란 항해를 하고 있다. 키를 잡고 가다 보면 항상 잔잔한 물결에 시원한 미풍만 부는 게 아니다. 항해 도중 거친 풍랑을 만날 수도 있고, 폭우를 겪을 때도 있다.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망망고도에서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고(四顧無親), 그때 우리보다 먼저 이런 항해와, 고독과, 고난을 겪었던 선배 멘토들의 한마디 코칭이 기막히게 고마울 수 있다. 그런 류의 멘토링을 찾아보자. 숲속을 여행하는 사람은 막상 숲의 모양을 알 수 없다. 강을 따라 내려갈 때 막상 배를 타고 있는 사람은 자기의 위치와 앞뒤 상황을 알 수 없다. 그 강을 하늘에서(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이가 배의 위치와 진로(進路)와 그 배의 앞길(가야할 길)을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이다. 우선 정치와 사회 부분을 보자. ①인도의 정치, 사상가인 간디는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 왕과 노예같은 등차(等差)의 문제가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가 주장한 비폭력(非暴力)이란 악을 행하는 인간의 의지에 순순히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쓰는 자의 의지에 대해서 전영(全靈)을 내던지는 것이다. 이 폭력이 조절되지 않는 한 자유주의나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간디는 명문가 출신으로 영국에 유학해 변호사 자격을 얻었으나 40세부터 인도의 노동운동과 민족 독립운동에 전념했다. 그의 사상은 무살생 비폭력(無殺生 非暴力)이었고 독립운동에서도 무저항주의로 일관했다. ②괴테는 ‘신문을 읽지 않으면 마음이 태평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사람들은 너무 남의 일에만 신경을 쓰고, 막상 자기 눈 앞의 임무(의무)를 잊어버리기 쉽다’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Nathan Pusey는 21세기 인류가 잃어버린(결핍) 것 4가지를 들었다. 그것은 함께 부를 노래가 없고/ 높이 세울 깃발이 없으며/ 믿을만한 진리(정보)가 없고/ 존경할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빈부귀천을 망라해 노사나, 노소나, 남녀가 함께 부른 노래(공감대)가 있긴 한 건가? 노인들은 가요무대를 선호하고, 젊은이는 BTS의 몸 흔드는 춤을 더 좋아하고 있지 않은가? 전 국민이 하나로 동의하고 추구할 어떤 주의(-ism)나 표어가 있기나 한 건가. 일본에서 방류하는 액체를 두고도 ‘처리수’니 ‘핵폐수’니 용어가 통일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③그레샴(영국의 경제학자)은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고 말했다. 실질가치가 다른 두 가지 화폐가 있을 때 양화는 화폐로서보다도 훨씬 더 유리한 다른 방면에 쓰이므로 시장에선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천하에 큰 변괴(變怪)가 세 가지 있으니 아내가 남편의 자리를 빼앗는 것과, 신하가 임금의 자리를 빼앗는 것, 그리고 기(氣)가 이(理)의 위치를 빼앗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학자인 기정진(奇正鎭/1798-1876)의 말이다. 이율곡 이래로 20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성리학계의 금과옥조(金科玉條)였던 주기설(主氣說)을 반박한 글로 유명하다. 어떤 이념이든지 간에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하며 자기 혁신을 이루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④“이 세상의 역사는 결국 범죄의 역사에 불과하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1694-1778)의 언사이다. 세계적인 영웅들 알렉산더, 한니발, 케사르(시이저), 칭기즈칸, 나폴레옹은 히틀러나 도조 히데키와 함께 전쟁 범죄자들이다. 불행하게도 세계사의 내용은 이들이 주도한 전쟁역사이기도 하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비롯해 소련, 중국, 인도차이나의 상당지역이 공산화되었고, 지역적으로도 한국전 같은 전쟁이 많았다. ⑤한퇴지(韓退之/768-824)라는 중국의 문장가는 “천리마(千里馬)는 항상 있어도, 백락(伯樂)은 항상 있지 않다”고 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명마(名馬)는 언제든 있다. 그러나 그런 인재를 알아보고 중용(重用)하여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명군(名君)이나 현상(賢相)이 없음을 아쉬워한 말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