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미리 무대에 나와 앉아 조율을 마치고 있다가 지휘자가 등장하면 전원 일어서서 그 권위에 경의를 표한다. 연주가 시작되면 단원들은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연주를 시작하고 끝맺는다. 지휘자가 의도하는 대로 강약을 조절하고 템포를 맞춘다. 음악이 끝나고 지휘자가 일어서라는 사인을 하면 단원들은 전원 일어난다. 단원 중 누구를 지명하여 세우고 인사를 하라 하면 그 사람은 인사를 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오직 지휘자의 말에만 복종한다.
지휘자 중에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이탈리아 출신의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867-1957)는 1930년대에 들어서서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정권을 잡자 그와 대립하여 고난을 당하였다. 그는 결국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미국인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서 음악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
토스카니니는 성격이 괴팍하여 단원들이 연습을 게을리 하거나 틀린 음을 낼 때에는 가차 없이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였다. 그는 모든 곡을 외워서 암보로 자휘를 하였다. 그의 음악가로서의 권위와 열정에 감동을 받은 연주자들이 모여들어 1937년에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조직되었다. 이 NBC는 각 악기군에 최고의 연주자들만 모인 오케스트라였고, 연주 또한 최고였다.
다른 지휘자를 허용하지 않고 오직 토스카니니의 지휘만을 받았던 이 오케스트라는 1954년 그가 은퇴하면서 녹음과 연주를 중단하였다. 그리고 1957년 토스카니니가 별세하자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1년 동안 지휘자 없이 그를 추모하는 추모음악회만 하다가 자진 해산하였다. 그들에게 다른 지휘자는 의미가 없었다. 오로지 토스카니니의 지휘만을 받았고 그와 함께 음악을 하고 싶어 했던 단원들의 마음에 토스카니니는 유일하고 영원한 지휘자였다.
사도행전 11장에 보면 안디옥에서 예수의 제자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칭호를 얻는다. 그리스도인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살아야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에 걸맞는 삶일까? 그 답을 토스카니니와 NBC교향악단 단원들에게서 찾아보면 좋겠다. 예수의 말씀에만 복종하고, 예수님의 지시만 따르고, 예수 이외의 다른 어떤 존재를 우상화하지 않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열 명도 없어서 한국교회가 이렇게 어려운가보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