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는 서먹하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만 같아서 마음대로 좌우를 둘러볼 수가 없었지만 그러나 의외로 사람들의 표정은 그렇지가 않았다. 자리에 앉으면 제각기 머리를 숙이고 기도를 드리고는 조용히 예배가 시작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얘야, 이 많은 사람들을 누가 오고 안 왔는지를 어떻게 알 수가 있냐? 이름을 부르냐? 아니면 누가 뒤에서 이름을 적냐?”
“출석은 부르지 않아요 아버지.”
“그렇다면…”
출석을 따지지 않는다면 예배 시간이 서너 번 있다면서 왜 하필이면 바쁜 이 아침시간에 이렇게 많이 모여드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네!”
막내딸은 옆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낮은 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제서야 덕수는 교회 안에서는 조용해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짜여져 있는 순서에 따라 예배가 진행되었다.
‘사도신경’이라는 차례가 되자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 덕수는 급히 눈을 돌려 막내딸을 보았다. 입술이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그 많은 사람들이 여자나 남자나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같은 목소리로 암송을 할 수가 있을까. 덕수는 그전에 국민의례 때마다 낭독하던 ‘교육헌장’ 만큼이나 분량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참으로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찬양’이라는 순서가 되자 보기에도 우아한 가운을 입은 남녀대원들이 합창을 했다.
‘설교’의 차례가 되자 검은 가운을 입은 목사님이 등단을 했다. 적혀있는 제목이 ‘죽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로 되어 있었다.
“여러분들의 밭에 심은 씨가 그대로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죽은 것이요 씨가 껍질만 남고 속은 흔적이 없이 사라져야 싹이 돋으니 바로 그것이 살아 있는 것입니다.”
덕수는 감기던 눈을 크게 떴다. 좀 전만 하더라도 독생자니,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느니 하면서 여기에다 성령이니, 보혈의 공로니 하는 알 수 없는 말로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중인데 밭에 심은 씨라는 알기 쉬운 얘기가 나왔으니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십시오. 땅에 심은 씨가 그대로 있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것입니다. 이처럼 오늘의 우리 육신도 이것이 전부가 아니요 육신이 하나님 말씀에 심어지면 부활해 영생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덕수는 머리를 끄덕였다. 하나님 말씀에 심어지느니, 영생이니, 부활이니 하는 말은 아직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만 그러나 처음으로 오늘 교회에 나와서 들은 설교이지만 내용이 참으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토록 교회에 무관심했던 덕수의 마음이 이제야 무엇인가 고리에 걸리는 듯한 묘한 느낌이었다.
덕수는 눈을 감았다.
지난번 어느 화보에서 본 미국 대통령의 손을 머릿속에 떠올린 것이다. 대법원장 앞에 선 미국 대통령이 성경 위에다 손을 얹고 선서를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원익환 장로
<남가좌교회 은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