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나 자신의 내면(內面)을 쏟아내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기도는 하나님과 협력하는 일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작동할 수 있게 한다. 성령님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게 역사(役事)하신다. 때로는 영감(靈感)을 주셔서 우리를 지도해 주신다. 감춰진 것을 보게 하신다.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하신다. “기도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도하면 우연한 일들이 일어난다.”(윌리엄 템플 대주교)
예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주님의 겉옷에 손을 댄 이방 여인과 로마 군대의 백부장의 믿음, 지붕을 뚫고 침상을 내려 보낸 중풍 병자의 친구들의 믿음을 칭찬하셨다. 주님께서는 이 같은 믿음의 간구에 극적으로 응답해 주셨다. 이들의 기도는 형식을 갖춘 기도가 아닌, 빌 바를 알지 못하고 드린 기도였다.
마르틴 루터는 “두 손 활짝 펼치고 하늘 아버지께 받고 싶은 바를 솔직하게 구하라”고 한다. 다니엘의 친구들은 “그렇게 하지 아니하실지라도 왕이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 단호한 믿음을 보여 준다. 우리의 믿음과 기도가 마땅히 이 수준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이 수준이 되면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가 된다. 많은 신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기도는 사람의 원하는 일이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의 공산 혁명 당시 모든 목사와 그리스도인들은 예배당을 지켜 주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레닌 공산당은 98%의 교회를 폐쇄했다. 히틀러는 600만 명이 넘는 유대인과 수십만 명의 그리스도인들을 학살했다. 희생자들은 불덩이 속으로, 가스실로 들어가기 전에 얼마나 애타게 기도했을 것인가! 1차, 2차에 걸친 세계 대전은 수천만 명의 인명 희생을 유럽과 그리스도인들에게 남겼다. 심한 정신적인 상처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사상가들은 묻는다. “어째서 불행한 일들이 벌어지는가?” 성경은 이 질문에 논리적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세상은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고 왜곡하려는 세력들이 지배하려고 한다. 사탄은 ‘이 세상의 신’, ‘공중의 권세 잡은 자, 통치자’들을 말한다. “곧 지금의 불순종하는 자들 가운데 역사하는 영” 이라고 성경은 말씀한다. 악이 지배하는 세상은 폭력과 기만과 거짓과 전쟁과 질병이 난무한다. 하나님의 통치에 대적한다. 현대 유럽 교회는 냉소주의와 냉담과 맞서 있다. 미국의 교회도 권력과 부와 정치적 영향력에 의지하려는 유혹과 투쟁하고 있다. 개발 도상국 교회는 질병과 가난, 정치의 부패와 싸운다. 우리나라 교회는 교회의 세속화, 지도자들의 부패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정치권과의 밀착 유혹 등과 싸우고 있다.
본회퍼(D Bonhoeffer,1906-1945)는 기도의 본질을 ‘세상에서 사역하시는 하나님과의 파트너 십(Partnership)’으로 이해했다. 에스더는 페르시아에서 ‘동족들에게 사흘 동안 금식 기도’를 부탁했다. 초대 교회 교인들은 베드로와 바울을 안전하게 지켜 주시기를 기도했다. 한편 탈출을 돕기 위해 바구니에 담아 성벽에서 달아 내리기도 했다.
칼빈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강조했다. 영성(靈性)의 거인, 미국의 조나단 에드워즈는 탄원 기도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우리가 기도해서 하나님을 움직이거나 뜻을 정하신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다만 하나님은 베푸실 뿐”이라고 했다. 기도가 없는 신앙은 공허하다. 하나님께서는 다 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도를 기뻐하며 들어 주신다. 성경에 나오는 큰 사건들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간절한 기도와 부르짖음 뒤에 일어났다, 하나님은 자기를 경외하는 자들과 그의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들을 기뻐하신다. 사도 바울은 성도들의 기도가 하나님과 세상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니”,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의인의 기도는 역사하는 힘이 큼이니라”, “주의 눈은 의인을 향하시고 그의 귀는 의인의 간구에 기울이시되”,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요” 사라, 리브가, 라헬, 한나, 엘리사벳은 아이 갖기를 구하여 이루었다. 우리는 기도할 뿐이다. 기도는 하나님께서 원하신다. 듣고 싶어 하신다.
김용관 장로
<광주신안교회·한국장로문인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