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한 20여 년 전, 필자가 부산에서 어떤 모교회를 섬길 때, 신대원(M.Div)을 다니면서 교육전도사로 섬길 때가 있었다. 그런데 신학교 신대원 졸업년도에 학교에서 졸업반 성지순례를 15박 16일 동안 시리아,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애굽)를 가게 되었다. 성지순례를 가서 가이드가 현장에서 성경을 해석해준 내용을 듣고, 메모하고, 녹음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성경에 대하여 들었는데, 정말 너무 너무 감동적이었다. 평소에 듣지 못한 깊은 진리의 말씀과 왜 그런 말씀이 성경에 쓰여 있는지를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 그런 느낌은 나뿐만 아니라, 함께 동행한 24명의 동료들도 하나같이 그동안 우리가 우물 안에 개구리처럼 설교를 들어왔다는 느낌을 가진 것이다.
성지순례를 가기 전과, 성지순례를 갔다오고 난 다음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동안 여러 교회를 거치면서, 또 오랫동안 설교를 들어왔던 본문들이 이제는 성지순례를 가서 직접 몸으로 역사와 문화와 배경을 알고 나니까,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그런 것이 아닌 말씀도 귀에 들리는 것이었다.
담임은 아직 성지순례를 갔는지, 안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신앙의 선배 목사님들이 알려준 말씀을 힘주어 선포하는 것인데, 혼자서, 그것도 교육전도사가 그런 뜻이 아니고 이러이러한 뜻이라고 선뜻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모를 때는 그냥 은혜라 여기며 넘어갔다. 하지만 알고 나서는 약간의 괴로움과 갈등과 힘들 때가 많았다.
요즘에는 기독교 방송에서 각 방송사마다 성지순례 현장을 많이 보여 주어, 그런 시각이 점점 사라졌다고 여긴다. 그런데 적어도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그렇게 각 방송사가 활발히 성경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인 곳을 탐방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하여 성경을 알 수 있도록 방송해 주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당시 그러한 상태에서 성지순례 가서 배운 말씀을 선포하면, 담임목사나, 다른 부목사들도 의아하게 볼 것이 뻔하였다. 그리고 성도들도 이제 교육전도사 주제에 무슨~~~, 한동안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그러한 마음을 잠재웠다.
그래서 필자는 담임목사가 될 때까지는 입 꾹 다물고 지내기로 하였다. 대신 성지순례 가서 성경을 보는 눈이 열린 것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각 성경에 대하여 역사와 문화와 배경 속에서 성경을 해석하고, 그 본문과 해석을 오늘의 현실에 알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을 쉬지 않고 이어 왔다. 이것이 현재 제게는 가장 큰 자산이 되었다고 여긴다.
성경을 볼 때, 6하 원칙을 넘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누구에게 하시는 말씀인가 하는 일곱 가지 원칙을 세워 놓고, 그 원칙에 따라 어떤 본문을 선택해서 설교하면 평소에 잘 듣지 못한 새로운 말씀을 선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부지런히 꾸준하게 해왔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상황에서, 어느 부분의 성경을 보더라도 성경에 대한 핵심과 본질의 맥을 잡아 거침없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문찬연 목사
<가보자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