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인생은 배우는 것인데…

Google+ LinkedIn Katalk +

초등학생 때부터 육상선수를 하다가 고2가 될 무렵 ‘키가 작고 뚱뚱해서 육상은 적합하지 않다’는 소리를 듣고 사이클부로 옮긴 학생이 있습니다. 낯선 종목이라서 아스팔트에 넘어지는 사고도 있었지만 얼마나 열심히 훈련을 했는지 고2, 3학년 기간에는 1등만 했습니다. ‘키도 작고 뚱뚱해서 운동선수로는 비전이 없을거야’라는 말에 자극을 받아 누구보다 철저하게 운동을 했고, 금메달 2개를 따면서 한국 신기록을 5번이나 갱신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대개 슬럼프는 노력의 부족으로 생기는 경우보다는,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을 때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자전거를 탄 지 3년만에 국가대표로 발탁되었고,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에 매진했으며, 이후 4년간 모든 대회 1등을 독차지 했기에 1등은 당연시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부터 1등 자리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노력의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1등을 할 수 없어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그 때 알게 되었답니다. ‘내가 노력했다고해서 반드시 1등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 그가 슬럼프를 극복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합니다. 대회에서 0.02초 차이로 2등을 했을 때였습니다. 스스로 감동할 만큼 열심히 훈련한 뒤에 나온 결과였기에 미련 없이 2등을 수용하게 되었답니다. 운동선수는 등수와 기록에서 자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늘 비교하곤 했는데, 남들과 비교할수록 남는 것은 자학과 상처 뿐이었습니다. 

그는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기록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았는데, 운동을 통해서 인생을 배웠노라 고백합니다. 그가 배운 인생은 한 마디로, ‘실패를 알게 된 게 감사’라는 것입니다. 1등의 자리에만 있을 때는 모든게 당연했었는데,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모든 게 감사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항상 1등만 당연시 하다가 2등도 해보고 3등도 하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실패하거나 낙오하면 안된다는 긴장속에서 살던 인생에서 비로소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것을 감사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국가대표 생활하면서 지금까지는 상대를 경쟁의 대상으로 두었기에, 시합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속상했는데, 지금은 우승을 놓쳐도 기뻐할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나를 이긴 선수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운동으로 인생을 배우면서 만들어낸 좌우명은 이렇습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난 것이 고귀한 게 아니라, 과거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이 고귀하다.’ 정말 멋진 운동선수 아닌가요?

‘삶’이라는 운동장에서 스스로 감동할 만큼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지,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서 또 다시 비교하며 자학하며 상처 속에 머무는지, 실패를 알게 된 것을 감사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 결과와 상관없이 모든 것을 감사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는지, 여전히 상대를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는지, 남들보다 뛰어난 것만을 고귀하게 여기고 있는지, 과연 과거의 나보다 나아지고 있는지… 지금의 나는 인생을 과연 잘 배우고 있는지 자문하게 됩니다.

유상진 목사

<영암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