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나의 일생] 니네 목사 자장면 배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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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회 성도들이 불의의 사고로 모두 함께 천국에 가게 되었다. 차례대로 주님 만날 시간을 기다리는 사이에 점심시간이 되었다. 한 집사님 앞에 풀코스 음식들이 배달되고 있었다. 그 교회 선임장로님이 “야, 집사가 저 정도 접대를 받는다면 내 앞엔 어떤 상이 차려질까?” 설렘으로 기다리는데 자장면 보통 한 그릇이 나왔다. 당황한 장로님이 심부름 천사에게 “나 장로요. 나 선임장로외다. 이런 억울한 일이 어디 있소? 우리 목사님도 여기 함께 왔으니 좀 불러주시오.” 한참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데 심부름 천사 왈, “니네 교회 목사 자장면 배달 갔다”고 하더란다. 

물론 우스갯소리이지만 교회나 천국에 서열이 있는게 아니라는 교훈일 것이다. 또 이 땅에서의 칭찬과 존경이 반드시 천국에서 그대로 이어지는게 아니란 교훈도 담겨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직분을 섬김과 사역으로 이해하지 아니하고 계급이나 신분으로 생각하곤 한다. 

80년대 중반쯤 어린 나이에 전도사 신분으로 서울 어느 지역 담임교역자로 섬기고 있었다. 아무나 승용차를 타고 다니던 시절이 아니었다. 물론 담임교역자이긴 하지만 나에게 승용차가 있을 리 없었다. 장로님 한 분이 승용차를 타고 오셔서 우리 집 마당에 주차를 하고 우리 집엘 들어오셨다. 지금은 40대가 된 우리 아들이 네 살쯤이나 되었던 것 같다. 우리 아들이 장로님 좀 앉으시라고 하더니 대뜸, “장로님, 교회에서 목사가 높아요? 장로가 높아요?” 장로님이 웃으시면서 당연히 목사가 높다고 대답하셨을 것이다. 우리 아들 왈, “그런데 장로님은 자가용이 있고 우리 아빠는 왜 자가용이 없어요?” 따지듯 물었다. 네 살배기 아이 눈에도 교회의 직분에 계급이 있고 서열이 있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교회의 직분은 서열이나 계급이 아니고 섬기기 위한 사역이라는 사실을 가르치기 위해서 참 부단히도 노력을 해보았지만 한국교회 목회를 역류해서 우리교회만 색다른 인식을 갖는다는 건 불가능하게만 느껴진다. 임직예식을 마치 장례예식을 치루듯 거행하며 십자가에 못 박기도 해보고, 교회 들어오는 입구에 장례식 검은 띠를 두르기도 하고, 그 날만큼은 ‘축하합니다’하는 인사 대신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인사 훈련까지 해보았다. 그러한 몸부림이 교회 혁신과 인식 개선에 도움이 안 된 건 아니지만 온전히 바꾸는 건 전혀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다. 

개척 초기에 남녀선교회 회장, 찬양대 대장, 교회학교 부장 등을 임명할 때 기존 교인과 새신자를 섞어 조화롭게 임명해 보기도 했다. 회장이나 대장, 부장을 기존 성도로 임명하면 반드시 부감이나 총무는 새신자로 임명을 했다. 물론 회장이나 대장, 부장을 새신자 중에서 임명을 하면 부감이나 총무는 기존 성도로 임명하며 보좌하고 섬겨주도록 했다. 

우리 교회는 우리 가족 5명이 안방에 앉아 예배를 드리고 개척을 시작한 교회이다. 개척 후 몇 주일은 그 누가 와서 등록을 해도 교인등록을 받지 않았다. 물론 개척멤버로 참여하여 일정 부분 큰 봉헌을 하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그것 또한 정중히 거절했다. 내 나름의 이유와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의 주인은 오직 주님 한 분이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개척멤버들 가운데 개국공신처럼 평생을 우려먹으며 불행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개국 공신이 없는 은혜로운 교회이다. 천국 가서 자장면 배달하기 전 이 땅 교회에서 낮아져 섬기기를 기뻐하는 교회이다. 영성훈련에서는 장로님들을 비롯한 중진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식당봉사를 한다. 교회당을 다섯 번씩이나 옮겨 다니며 때로는 목사실도 없을 때가 있었고, 당회실이 없을 때도 많이 있었다. 천국에서는 앉아서 자장면이라도 먹고 싶다. 높아지고자 하는 자는 낮아져야 할지니라!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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