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7월의 시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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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July)은 한 해의 전반부(1-6월)를 마치고 후반부(7-12월)로 접어드는 축구 경기의 후반부 같은 시기다. 각급 학교는 여름 휴가에 들어가는 달로 1학기를 정리하는 달이면서 2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7월(July)은 로마의 황제 줄리어스 시이저(율리우스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BC100.7.12- BC44.3.15)를 기념하는 달이기도 하다. 그는 고대 로마의 정치인으로 쇠락한 유력가문의 일원으로 출발했으나 공화정 로마의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치며 정계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성경에는 ‘카이사’라고 표기되었다.(마22:17-22) 7월에 대한 시인들의 느낌과 발견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①“탓하지 마라/바람이 있기에 꽃이 피고/꽃이 져야 열매가 있거늘/떨어진 꽃잎 주워들고 울지 마라//저 숲, 저 푸른 숲에 고요히 앉은/한 마리 새야, 부디 울지 마라/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것을/산다는 건 그 어떤 이유도 없음이야//세상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부와 명예일지 몰라도/세월이 내게 물려준 유산은/정직과 감사였다네//불지 않으면 바람이 아니고/늙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고/가지 않으면 세월이 아니지//세상엔 그 어떤 것도 무한하지 않아/아득한 구름 속으로 아득히 흘러간/내 젊은 한때도 그저 통속하는/세월의 한 장면일 뿐이지//그대, 초월이라는 말을 아시는가?”(이채/중년의 가슴에 7월 오면) ②“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그 태양을 쟁반만큼씩/목에 따다가 걸고 싶다/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그리고 바람/바다가 밀려 오는/소금냄새의 깃발/콩밭 냄새의 깃발/아스팔트 냄새의/그 잉크빛 냄새의/바람에 펄럭이는 절규…//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派面)/새파랗고 싱그러운/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7월의 바다에서는/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날리는 소리가 온다”(박두진/7월의 편지) ③“바다는 무녀(巫女)/휘말리는 치마폭/바다는 광녀(狂女)/산발(散髮)한 머리칼/바다는 처녀(處女)/푸르른 이마/바다는 희녀(戱女)/꿈꾸는 눈//7월이 오면 바다로 가고 싶어라/바다에 가서/미친 여인의 설레는 가슴에/안기고 싶어라//바다는 짐승/눈에 비친 푸른 그림자”(오세영/7월) ④“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이육사/청포도) ⑤ “보리 이삭 누렇게 탄 밭둑을/콩밭에 김매고 돌아오는 저녁/청포묵 쑤는 함실 아궁이에선/청솔가지 튀는 소리 청청했다//후득후득 수수알 흩뿌리듯/지나가는 저녁 비, 서둘러/호박잎 따서 머리에 쓰고/뜀박질로 달려가던 텃밭의 빗방울은/베적삼 등골까지 서늘했다//뒷산 마가목나무 숲은 제철 만나/푸르게 무성한데/울타리 상사초 지친 잎들은/누렇게 병들어 시들었고/상추밭은 하마 쇠어서 장다리가 섰다//아래 윗방 낮은 보꾹에/파아란 모기장이/고깃배 그물처럼 내걸릴 무렵/여름은 성큼 등성을 넘었다”(홍윤숙/7월) ⑥“7월은 나에게/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하얗게 피었다가/질 때는 고요히/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꽃은 지면서도/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은 아무도 모르게/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내가 모든 사람들을/꽃을 만나듯이/대할 수 있다면//그가 지닌 향기를/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설레일 수 있다면//어쩌면 마지막으로/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우리의 삶 자체가/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이해인/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김형태 박사

<한남대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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