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인간에게 용기를 주는 희망의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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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27:2, 마태복음 8:10, 13

나는 어린 시절에 서울을 떠나 전국을 김삿갓처럼 거지로 방랑 생활을 하다가 부산에서 그 종지부를 찍었다. 그 후 나는 공부하기 위해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맹학교와 그 학교와 같이 운영되는 복지기관인 맹아원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참으로 삭막하고 내일이 없는 곳이었다. 그곳을 벗어나 다시 방랑 생활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양 사감이라는 사람의 심한 매질은 그곳을 생지옥과 같이 만들었다.

누군가 나를 위로하고 이곳에서 구해 줄 사람이 없을까 골몰히 궁리하다가 교회를 생각해 냈다. 맹아원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교회가 있었다. 마침 번민과 고통에 휩싸여 있을 때 그 교회 목사님과 우연히 부딪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목사님은 “너 참 똑똑하고 말도 참 잘하는구나. 너는 뭐든지 할 수 있겠다. 교회에 나와서 예배드리고 예수님을 잘 믿으면 예수님이 너를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실 거야!”라며 아무것도 아닌 나의 손을 붙들고 기도해 주시고 넘치는 칭찬을 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여러 친구의 손을 잡고 안내하며 앞장서서 매 주일 교회로 갔다.

교회에 다닌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데, 목사님은 나에게 예배 시간에 간증을 하라는 것이었다. 내 나이 열네 살, 사람들 앞에 서 본 경험도 없었다. 그때까지 나는 오로지 거지 대장, 왕초를 한 경험만 있을 뿐이었다. 나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목사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단상에 서서 신앙 간증을 했다. 내가 시각장애인이 된 것은 조상의 죄도 부모의 죄도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는 말씀으로, 난생처음 몇백 명 앞에 서서 말했다.

신앙 간증이 끝난 후에 많은 성도가 어린 나를 붙들고 “은혜 받았다.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라며 칭찬해 주었다. 나는 거기에서 큰 힘을 얻었다. 희망과 용기도 얻었다. 사람의 생각으로는 할 수 없게 느껴지는 일도 용기를 내서 해 보면 된다는 것과 교훈을 얻었다. 그렇다.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 받고 인정받을 때, 나의 재능을 인정받고 나의 가치를 확인받을 때 자신도 큰 사람임을 믿게 된다. 그러기에 칭찬은 무덤 속까지, 심지어 천국까지 간다는 말이 있나 보다.

이 세상에서 칭찬의 힘은 강하고 위대하다. 칭찬은 사람에게 큰 기쁨을 주고, 넓은 자신감을 주며, 커다란 용기를 심어 준다.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우리의 잠재의식의 밭에 씨를 뿌리고, 뿌리를 내려 그것이 강한 신념을 싹트게 하고, 부단한 자기 향상의 원천이 된다. 프랑스의 위대한 교육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한 송이의 화초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면 햇빛이 필요하듯이 한 인간이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칭찬이라는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칭찬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듣는 사람에게 희망과 의욕을 준다. 좌절한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약이 된다. 사람들은 칭찬받는 재미에 열심히 일도 하고 열심히 공부도 하게 된다. 나의 고교 시절, 새벽기도가 끝난 이른 아침에 바로 학교로 가서 교정에 들어서면 부지런한 교감 선생님이 늘 경비실에 먼저 와 계셨다. 나를 본 교감 선생님은 “선태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보배야. 부지런하고 모범적이야. 앞으로 큰 사람이 될 거야”라고 칭찬해 주셨다. 나는 그 칭찬에 보답하기 위해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더 열심히 공부했다.

요즘 시대는 저마다 살기가 바빠 그런지 남에 대한 칭찬에 참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까닭에 이 세상은 소외감으로 가득 차 있고, 사람마다 그 얼굴에는 우울감이 드리워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의 칭찬 에티켓을 배워야겠다. 그들은 길을 스쳐 지나갈 때도 “실례합니다”라고 하고, 조금만 양보해 주어도 “감사합니다”하며. 무엇인가를 조금만 잘해 주어도 “원더풀! 베리 나이스!”하면서 기분 좋은 말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그런 예의와 칭찬의 태도를 배워 사람에게 용기와 활력소를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칭찬은 동물도 알아듣고 좋아한다. 소망교회에서 세운 소망수양관이 곤지암에 있다. 그곳에 검둥이라는 영리한 개가 있다. 그 개는 자주 오소리를 잡아 오는데, 오소리를 잡아 사람 앞에 놓고 꼬리를 친다는 것이다. 그때 “검둥아, 너 잘했다. 다음에 또 잡아 오너라!”하면 어김없이 또 오소리를 잡아 온다는 것이다. 성경에도 종들에게 돈을 맡기고 떠난 주인이 다시 돌아와 그 돈으로 두 배 이상 남긴 사람들에게 크게 칭찬하고 상을 주는 비유가 나온다.

진심이 담긴 자그마한 친절, 사랑이 담긴 부드러운 말 한마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칭찬은 아픔과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명약이 된다. 칭찬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고 부작용도 전혀 없는 약이다. 우리는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고 올려 주고 붙들어 주면서 칭찬을 통한 용기와 희망을 주는 약을 주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자.

지혜의 왕 솔로몬은 “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외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잠 27:2)라고 하였고, 예수님께서는 백부장의 믿음을 칭찬하시면서 하인의 병을 고쳐 주셨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놀랍게 여겨 따르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노라…예수께서 백부장에게 이르시되 가라 네 믿은 대로 될지어다 하시니 그 즉시 하인이 나으니라”(마 8:10, 13) 

진심을 담은 칭찬을 아낌없이 하고, 말 한마디지만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너그럽고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면 한다. 

※그동안 ‘인생은 별처럼 달처럼 해처럼’을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호부터는 김선태 목사님의 ‘세른세 번 도전 끝에 이룬 신화’가 연재됩니다.  – 편집자주-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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