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열리고 있는 거대한 미개척지 두 곳은 바다와 우주이다. 그런데 바다는 우주와 다르다. 닫혀 있지만 만질 수 있는 유형(有形)의 공간인데다 지구상의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직접적인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만약 국가들 간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전쟁은 저 밖의 먼 우주에서가 아니라 바다에서 벌어질 것이다.
바다는 인간들의 산업을 위한 원료를 풍성하게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식량(食糧)의 보고, 건강의 원천, 정신적인 도전의 훈련장이다. 이른바 ‘해양 붐’ 조성자들은 바다는 미래를 향한 지속적인 진보를 가져올 물적자원과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1945년 세계 제2차 대전 후 바다를 프런티어(Frontier)로 생각하는 경향이 확실하게 나타났다. 프런티어 이미지는 경제적 잠재력이나 새로운 과학 지식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전후의 해양 붐 조성자들이 바다를 놓고 예상한 것들이었다. 1964년 이러한 의견을 개진했던 공학자이자 대중저술가 시브룩 헐(Seabrook Hull)은 해양을 블루 프런티어(Blue Frontier)로 간주했다. 여기에서 프런티어는 필히 개척되어야 할 것이 미개척 상태로 있음을 말한다. 바다는 오랫동안 자원의 보고 기능을 맡아왔지만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생긴 새로운 변화는 바다를 ‘프런티어’라는 문화적 프리즘을 통해 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무한한 식량자원에 대한 접근과 채취 그리고 환상적인 부(富), 새로운 생활공간의 조성, 그리고 개인 및 정치, 사회 기관의 지속적 발전 기반이었다. 19세기의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광물 채굴 산업과 환금성 작물, 가축 때문에 미국 서부 평원 개척을 열렬히 환영했듯이 21세기에서는 그 기회를 바다의 프런티어에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학진흥회는 오랫동안 하버드 대학교의 총장이자 국립과학재단과 원자력위원회의 자문으로 활동해 온 제임스 B. 코넌트(James B. Conant)의 제안으로 ‘해양 프런티어’에 관한 특별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의 해양학자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공학자가 공동 조직한 회의의 주제는 세계 각국의 해양, 해안 지질의 생산성과 해양 생물학적 자원, 그리고 광물 같은 해저자원을 뽑아낼 가능성까지 망라했다.
마침내 정기선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CES 2023’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미지의 영역인 바다를 ‘새로운 블루 프런티어’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정 사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해양 경제 규모가 2조6천억 달러(약3천300조 원)에 달한다”고 하면서, HD현대조선은 “바다에서 선박에 의한 물류뿐만 아니라 선박자율운항, 디지털 솔루션까지 다양한 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HD현대의 조선·해양 기술력을 활용해 해양 영토를 개척하겠다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 전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무인·친환경 선박 개발과 관련한 ‘오션 모빌리티(Ocean Mobility)’와 최적운항경로 설정과 항만에서의 최소시간 대기 등 똑똑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중심으로 한 ‘오션 와이즈’, 레저 생활까지 영역을 확장한 ‘오션 라이프(Ocean Life)’, 지속 가능한 바다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오션 에너지(Ocean Energy)’ 등 4가지 영역에서 신기술로 프런티어 혁신을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정 사장은 특히 “오션 와이즈는 최적화된 운항으로 불필요한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전체적으론 글로벌 해운역량을 최대 10%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自律) 운항 분야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수많은 기업을 만나면서, 지난 50여 년간 수천 척의 선박을 만들며 데이터를 축적해온 HD현대가 바다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회사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HD현대그룹은 해상풍력발전 파트너사인 미국 GE와 합작으로 국내에 해상풍력발전기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공장을 당초에는 중국에 지을 계획이었지만 최근 한국에 짓기로 합의했으며, 부지 위치와 투자 규모는 올 상반기 내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정기선 사장의 경제발전 논리는 탐험과 과학의 발견에 통합되어 ‘프런티어’라는 비유의 상징성에서 신뢰성을 받았다.
그렇다! 인간은 이제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인구는 증가하고 있고 육상자원(陸上資源)은 그에 반비례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바다라는 풍요한 보고에서 생존 자원을 얻어내야만 인류가 생존해 나갈 수 있음을 지적해 둔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