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믿음, 예수로 피어난 기적
“죽은 송아지 앞에서 3일간의 기도”
예수를 향한 불붙는 사랑이 죽어 가는 영혼들로 옮겨졌다. 그는 자신을 송두리째 불태워서라도 예수를 전하는 것이 주된 임무요, 그것이 삶 자체라고 여겼다. 척박한 귀양살이에서 피어난 복음의 꽃은 서서히 한 영혼을 전도의 일꾼으로 변모시켰다.
최봉석 조사는 일본인 연대장에게도 전도했다. 전도자 최봉석 조사의 눈에는 오직 예수가 있을 뿐이었고, 민족의 차별이 없었다. 위풍당당하게 수행원을 거느린 연대장이 말을 타고 오고 있었다. 러일전쟁에도 이겼으니 당시 일본 군인에게 조선 사람쯤은 보호국의 미개 족속이요 경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봉석 조사는 일본군 장교도 인간이요 죄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그 믿음이 좋다고 칭찬받은 백부장 생각도 났다.
연대장이 말을 타고 최봉석 조사 앞을 막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예수천당!”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말이 놀라서 펄쩍 뛰는 바람에 연대장이 말에서 떨어져 기절했다. 일본 군인들이 최봉석의 말은 알아듣지 못하고, 최봉석이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으므로 우르르 달려와서 총을 겨누었다. “내가 기도하면 살아요.” 헌병들은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이때 일본말을 잘하는 사람이 뛰어와서 통역했다. 최봉석 조사는 열심히 기도드렸다. 그랬더니 연대장이 깨어났다.
그 후 일본 관헌들은 연대장이 낙마했던 자리에 “최봉석!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즉결 처분한다”라고 경고장을 붙였다. 그런데 최봉석 조사는 그 장소에 가서 벽보를 뜯어 호주머니에 넣어 집에 가져가서는 부인 앞에 그 종이를 내놓으며 “이것 보시오. 면류관에 별이 붙었어요” 하면서 기뻐했다. ‘예수천당!’으로 그 연대장이 구원받으면 면류관을 받을 것이요, 그 일로 인해 박해를 당하면 빛나는 별을 얻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힘없이 누워 있던 부인이 “여보, 면류관이고 뭐고 아침거리가 없어요” 하고 신음 비슷한 말을 했다. 그러자 최봉석 조사는 벼락 같은 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믿음이 없소? 당신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소? 하하, 육신만 생각하는 사람, 참 답답도 하군, 기도만 하면 아버지께서 주실 터인데!” 정말로 누군가 저녁 무렵 아무도 모르게 쌀과 찬거리를 사립문 곁에 놓고 갔다. 순수한 신앙의 흔적이 최봉석의 주변에 늘 있었다. 최봉석의 집은 집이라기보다는 변두리에 다 쓰러져가는 움막이었는데 최봉석 조사가 자고 일어나면 누가 갖다 놓았는지 수수 가마, 쌀 가마, 밀 가마 등이 있었다.
최봉석 조사가 조사 시절 죽은 송아지를 놓고 3일간 기도한 끝에 살려내서 하나님께 큰 영광을 돌린 일이 있었다. 매서인으로 돌아다니는 동안 한 궁핍한 농가에 갓 시집온 새댁이 송아지를 좀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새사람이 들어오고 얼마 안 되어 송아지가 죽었으므로 불행의 씨앗을 안고 있다며 새댁을 구박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최봉석 조사는 하루 꼬박 죽은 송아지를 놓고 기도했다. 송아지는 꼼짝도 안 했다. 밤을 새우며 기도하는 열성에 그 집 사람들이 감동했다. “조사님, 몸이 상하겠습니다. 우리가 부탁한 것이 잘못입니다.”
최 조사는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말씀도 생각이 났다. 무슨 인기 전술이라도 쓰는 것 같아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봉석 조사는 결코 사람 앞에서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기도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시작했고, 기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샘물과 같이 솟아나는 기쁨을 느끼면서 최 조사가 3일을 기도하던 중에 죽었던 송아지가 다시 살아났다.
이승하 목사<해방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