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신학 공부를 할 때 경제적으로 참 어려웠다. 그때 대학 동기가 돈 1천 달러를 보내 주었다. 그의 동생이 이곳에 영어 연수를 왔는데 내가 잘 정착하도록 도와주어서 고맙다고 보낸 돈이었다. 그때 1천 달러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매달 누군가 1천 달러씩만 후원해 줘도 숨통이 트이겠다!’ 혹시 조금씩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나의 마음에 이런 생각이 있는 것을 알아챘을 때 심히 혼란스러웠다. 나는 직장도 그만두고 남은 생애는 주를 위해 살겠다고 죽을 각오로 이곳까지 왔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어렵게 신학 공부를 하고 있으면서 겨우 돈 몇 푼 후원 받으려고 사람들의 도움을 생각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곧바로 하나님 앞에 회개했다.
“하나님, 저는 일평생 사람에게 도움 받지 않겠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주시는 것으로만 선교하며 살겠습니다. 다시는 사람을 의지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간절히 기도했다. 그 뒤로 내 마음은 참으로 평안했다. 늘 하나님만 바라보고 하나님에게만 도움을 간구했다. 하나님께서 나의 간절한 소원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지금까지 물질의 기적을 보여 주셨다.
요즘은 늘 내 마음을 짓누르는 한 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님이 주신 이 모든 물질을 어떻게 지혜롭게 다 나누고 가느냐 하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것도 관리하는 것도 어렵지만, 이것을 지혜롭게 나누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 같다. 벌써 은퇴할 나이가 가까이 왔으니 앞으로 나눌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나눔 사역을 계획하고 있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기아지역 양식 나눔 사역은 더욱 확장하려고 한다. 이후 더 많은 선교지를 방문해 어려운 이들에게 직접 나누고 싶다.
또한 요즘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힘들어 하는 청년들을 더 돌보려고 한다. 시대를 잘못 만나 인생의 모든 아픔을 안고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청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청년 지원금을 더 확대하고, 수원에 하나밖에 없는 청년들을 위한 무료 장학관도 더 많이 세우고 싶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눈물을 닦아 주는 작은 위로자가 되고 싶다. 지금 아름답게 진행되고 있는 수원역 노숙자 사역도 좀 더 체계적으로 하려고 한다. 수원역뿐 아니라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더 찾아서 그분들의 필요를 채워 주되, 단순히 물품만을 채워 주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아픔까지 공감하고 다독여 주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