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죄(罪) 자는 ‘허물’이나 ‘죄’, ‘잘못’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허물 죄(罪) 자는 그물 망(网) 자와 아닐 비(非) 자의 합성문자이다. 본래 ‘허물’이나 ‘죄’라는 뜻은 허물 죄(辠) 자를 사용했다. 허물 죄(辠) 자는 스스로 자(自) 자와 매울 신(辛) 자의 합성문자로 고대에는 중범죄를 저지른 죄인의 코를 잘라 처벌한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나 소전의 허물 죄(辠) 자가 ‘황제’를 뜻하는 이금 황(皇) 자와 비슷해 진시황 때 이를 피해 새로이 만든 글자가 바로 허물 죄(罪) 자이다. 죄(罪) 자는 ‘아니다’나 ‘나쁘다’라는 뜻을 가진 비(非) 자에 망(网) 자의 합성문자로 ‘잘못(非)을 저지른 사람을 잡는다(网)’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우리 선조들은 네 가지 배반하는 행위를 죄라고 여겼다. 넉 사(四) 자에 아닐 비(非) 자를 풀어쓴 죄에 대한 해석이다. 첫 번째는 하나님을 배반하는 행위이다. 두 번째는 부모님을 배반하는 행위이다. 세 번째는 나라를 배반하는 행위이다. 네 번째는 스승을 배반하는 행위이다.
빚은 자유인을 노예로 만든다. 성경은 부자는 가난한 자를 다스리고, 빌리는 사람은 빌려주는 사람의 종이 된다고 잠언 22장 7절에서 말씀한다. 속이 빈 자루는 똑바로 서지 못한다는 영국속담처럼 빚이 있는 사람은 정직하게 살기 어렵다. 왜냐하면 거짓말은 빚쟁이의 등에 업혀 다니기 때문이다. 채무자는 빚진 돈을 갚아야 할 날을 연기하기 위해 핑곗거리를 만들어서 채권자에게 둘러댄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문 밖에 있던 죄가 거짓말을 통해 우리 영혼을 구속한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죄가 죄를 부르는 행위가 반복된다. 이를 두고 우리는 빚진 죄인이라고 말한다.
영화 ‘화차(2012년)’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신용카드 빚으로 인해 불행해진 여성의 인생을 그린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火車)를 각색해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영화 화차에서 배우 김민희는 아버지가 남긴 빚으로 인해 한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잘 보여 준다.
영화 ‘피에타(2012년)’에서 배우 이정진은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 강도로 나온다. 작금 우리나라 채무 규모 상황과 진행 추세가 심상치 않다. 국가채무는 물론 가계부채, 기업채무까지 증가세다. 2023년 8월 국가채무 1천110조 원을 돌파했다. 국민 각자에게 할당된 나랏빚이 2천100만 원을 넘어섰다. 개인부채가 아닌 국가채무가 2천100만 원이다. 가계부채는 2023년 말 기준 2천246조 원으로 2023년 국내총생산(GDP) 2천236조 원 대비 100%를 상회한다.
절제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덕목이다. 절제하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우리는 살고 있다. 가진 것에 자족하면 빚을 낼 일이 없다. 지족불욕(知足不辱)이요 지지불태(知止不殆)라고 했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된 일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아니하다는 도덕경의 경구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고영표 장로
•의정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