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덥다. 엿새씩이나 쉰다고 좋아들 하던 추석 연휴가 어느새 다 지나고 출근날이 되었다. 웬 더위가 이렇게 끈질기냐는 푸념을 쏟아내면서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예전에도 추석 때 더워서 음식이 쉬어 쩔쩔매던 기억이 난다. 그때야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이었으니 아마도 25도 정도의 더위였으리라 짐작된다. 이런 기록적인 더위는 처음이다. 비닐봉지마다 종류대로 담아둔 전들을 꺼내 접시에 담는다. 그래 바로 이거다. 우선 편리하다고 생각 없이 펑펑 써대는 비닐과 플라스틱 제품들 때문에 이렇게 더운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이유야 복잡하고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각자가 이런 것이라도 좀 덜 써야 지구 환경을 보호할 텐데 마구 쓰고 버린다.
인류가 만든 재앙으로 이렇게 더운 것인데 덥다고 냉방기를 한껏 틀어대니 사태를 더욱 악화 시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 그린랜드의 얼음이 1초에 6천 톤씩 녹아내린다는 보도를 보고 소름이 끼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고도 또 서슴없이 냉방기를 틀어놓고 지냈다. 해괴한 것은 낮에 선풍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앉아서 지내다가 밤에 자려면 도저히 짐이 들 것 같지 않아 할 수 없이 냉방기를 틀고서야 잠을 청한다는 사실이다. 밤이 더 덥다니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추석이 아니라 하석이라는 소리와 함께 고향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할아버지 할머니와 작별하느라 아쉬워하는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이 화면을 채운다. 참 보기 좋은 그림이다. 추석(秋夕)이든 하석(夏夕)이든 조손간의 저런 정겨운 모습을 오래도록 이어가는 우리나라 되기를 기도한다. 이 아름다운 풍습은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내일부터 비가 오면서 늦더위가 물러갈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믿어 볼 일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더위가 물러가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어깨를 움츠리며 춥다고 난로를 찾을 날이 머지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아름다운 사계절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 본 일이 얼마나 있었나? 그저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만 생각하며 살아왔을 뿐 크게 감사한 적이 별로 없다. 이제라도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에 감사하자. 더위도 추위도 하나님의 사랑이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