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충돌의 시대, 기독교학교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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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가로 잘 알려진 칼뱅(John Calvin)은 제네바를 하나님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거룩한 꿈을 품었다. 그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핵심 도구로 학교를 지목하며, 학교 교육이 사회 변혁의 근간임을 강조했다. 칼뱅이 꿈꿨던 이 교육적 이상은 우리나라 기독교학교의 역사 속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전국에 세워진 기독교학교들은 근대 교육의 새 지평을 열었을 뿐 아니라, 실력과 신앙을 겸비한 기독교 인재를 양성하며 나라 발전의 중요한 초석이 되어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기독교학교들이 폐교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며 항일구국운동과 민족교육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기독교학교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단순한 종교 교육을 넘어 나라와 사회에 대한 헌신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기독교학교들은 다양한 법적·제도적 위기로 인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 위기의 중심에는 사립학교에 대한 규제와 제한을 강화하는 여러 법과 정책들이 있다.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이 도입되면서 사립학교는 준공립화되어, 기독교학교의 자주성과 특수성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사립학교의 발전을 위해 마련된 ‘사립학교법’조차도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보다는 통제의 틀 안에서 개정되면서 기독교학교의 자율성과 정체성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기독교학교의 특수성과 교육적 정체성은 최근의 다양한 법적·제도적 변화로 인해 더욱 위축되고 있다. 대광고등학교 ‘강의석 사건’, 2010년 제정된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해 기독교 교육의 자유와 권한은 제한되었으며, 최근 논란이 된 ‘차별금지법’, 기독대학의 채플을 제한하는 ‘국가인권위 권고’, ‘2022 개정 교육과정’ 등으로 인해 기독교학교는 건학이념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많은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성경 수업이나 채플이 거의 불가능해졌고, 교사 임용권마저 박탈당한 기독교학교는 자주적인 운영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학교들이 앞으로도 존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기독교학교들이 건학이념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일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는 한국교회의 다음세대 위기가 바로 학교 교육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교회 교육과 학교 교육이 충돌하는 현실에서, 우리 자녀들이 학교에서 반기독교적 세계관에 기반한 교육을 받고 있다. 고등학생을 기준으로 자녀들은 일주일에 약 60시간을 학교에서 교육받는 반면, 교회에서는 고작 1시간 남짓 신앙 교육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자녀들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부정하는 세속화된 교육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으며, 이러한 교육 환경에서 형성되는 반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에 대해 우리는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과연 우리 자녀들은 학교와 교회, 어디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을까?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기독교학교에서 온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자녀들이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교육자료를 개발해야 한다. 동시에 이를 실현할 기독교 교사들을 위한 심도 있는 연수 프로그램 마련도 절실하다. 최근 사)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를 중심으로 ‘AI 시대의 윤리, 창조와 생태, 진로와 소명’ 등 다양한 기독교 세계관 과목을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이러한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의 기독교학교들은 반드시 존속되어야 한다. 기독교학교가 주어진 교육적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기독교 공동체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자녀들이 기독교 세계관에 따라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함승수 교수

<명지대학교 교육대학원,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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