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을 보면 음양을 논해 천수(天數)는 25요 지수(地數)는 30이라고 본다. 즉 1, 3, 5, 7, 9는 홀수(하늘의 수=합이 25)요 2, 4, 6, 8, 10은 짝수(땅의 수=합이 30)로 본다. 탑을 쌓아도 땅에 닿는 평면도는 짝수, 하늘로 향하는 층수는 홀수로 한다. 궁궐이나 사찰의 중심적인 건축들도 정면의 칸수는 홀수로 되어 있다. 중앙에 어칸, 좌우에 협칸, 가장자리에 귀칸이 있다. 음양관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서울의 옛 이름인 한양(漢陽)도 한강(漢江)의 북쪽에 있기에 한양이다. 산의 경우 해가 하늘에 떠 있으면 남녘에 볕이 뜨니까 남쪽이 양(陽)이고 북쪽이 음(陰)이다. 강은 반대로 북쪽이 양(陽), 남쪽이 음(陰)이다. 지금 강남은 한양이 아니라 한음(漢陰)이라 해야 한다. 양은 정신, 음은 물질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서울(漢陽)의 도시계획은 4대문(동대문, 서대문, 남대문, 북대문)으로 경계했다. 우리 조상들은 모든 사물을 대할 때 보는 사람의 앞면을 남쪽으로 간주했다. 밝은 남쪽을 향해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임금도 물론 북두칠성의 위치에 앉아 남면(南面)해야 한다고 보았다. 신하들은 남쪽에서 어두운 쪽에 계신 임금님을 밝게 깨우치도록 올곧은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서남북을 그릴 때 위가 남쪽, 아래가 북쪽, 왼편이 동쪽, 오른편이 서쪽이 된다. 옛날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서남북 공간이 동시에 춘하추동 시간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태양이 중심에 있고 지구가 이를 중심으로 회전하는데 어느 지점에 있는가에 따라 춘, 하, 추, 동이 결정된다. 옛사람들은 동쪽은 봄, 남쪽은 여름, 서쪽은 가을, 북쪽은 겨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지구의 자전에 따라 하루도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보았다. 그래서 서울 시내 동서남북 4대문의 이름을 水, 火, 木, 金, 土에 따라 지었다. 오행(五行)에 맞추어 소리를 내면 궁상각치우가 되고 색깔로 보면 파랑(東), 빨강(南), 하양(西), 검정(北), 노랑색(中央), 동물로 말하면 청룡(東), 백호(西)가 되고, 몸의 장기로 말하면 간장(東), 심장(南), 폐장(西), 신장(北), 지라(中央)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모두 음양오행과 결부되어 있다. 심지어 인간의 감정도 동서남북 중앙에 따라 화내는 것, 기뻐하는 것, 걱정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눠지고 맛으로 따져도 신맛(東), 쓴맛(南), 매운맛(西), 짠맛(北), 단맛(中央)이다. 오행은 시공이자 도덕이다. 공간과 시간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도덕성의 기준이기도 하다. 봄의 덕은 어질다(仁)이기에 동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 여름의 덕은 초목이 우거지고 무성해져서 분수를 지켜야 함으로 예(禮)가 필요하니 남대문을 숭례문(崇禮門)이라 한다. 가을엔 찬바람이 불어 잡초는 죽고 곡식과 과일은 남겨야 하니 의(義)를 돈독히 해야 한다 해서 서대문을 돈의문(敦義門)이라 불렀다. 겨울이 되면 춥고 다음 해를 기약하기 위해 씨앗이 땅속에 있어야 됨을 슬기롭게 알아야 하니 알지(智)에다 엄숙함(肅)을 써서 숙지문(肅智門)이라 했다. 지혜는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해서 처음엔 숙청문(肅淸門)이라 했다가 고요해야(靖) 한다고 숙정문(肅靖門)이라고 했었다. 중앙에 보신각(普信閣) 종이 있어 아침에 33번 울리면 하늘이 열리고 저녁에 28번 울리면 별자리가 나타난다고 했다. 이렇듯 수도 서울의 도시계획이 철저하게 음양오행설에 의해 설계된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 한글 모음도 천지인(天, 地, 人)의 원리를 따라 제정되었다. “·”은 둥근 하늘, “ㅡ”는 평평한 땅, “ㅣ”는 바로 서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늘과 땅에서 한 번 더 음양이 갈리면 사계절의 모음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
<더드림교회•한남대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