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남•북한 동포들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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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반도의 한민족(韓民族)은 고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모진 역경을 극복해 내면서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민족이다. 우리 민족은 한반도에서 패권을 놓고 싸울 때도 있었고, 분쟁할 때도 있었지만, 통일신라 이후 1천300년 이상 한반도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운명공동체이다. 언어가 같고 생활문화가 같을 뿐만 아니라, 의식과 전통이 같은 한겨레, 한 동포이다. 우리 민족은 대륙으로부터 수나라와 당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거란, 몽고 등 외세의 침입을 받을 때마다 하나가 되어 국난을 극복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켜왔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켜 한반도를 짓밟을 때에도, 우리 민족은 의병을 일으켜 목숨을 걸고 이 나라 이 강토를 함께 지켜왔다.

이런 애국적 공동체 정신을 가진 우리 민족이 35년간 일제의 침탈을 당할 때에는 온 겨레가 하나 되어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이 땅을 지켜왔다. 특히 1919년 3‧1운동을 통해 잃어버린 이 나라를 되찾고자 한반도의 온 겨레가 목숨을 걸고 하나로 뭉쳐 일제에 항쟁했던, 위대한 민족의 얼과 공동체적 애국정신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제 억압의 고난 속에서 우리 민족이 일제에 항거하고 있을 때, 연합국의 승리로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하게 됐다. 

해방은 우리 민족에게 더 없는 기쁜 일이었지만, 뜻하지 않은 분단의 비극을 맞이하게 됐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8월 6일과 9일에 미군이 원자폭탄을 투하하자, 일본군을 무장해제한다는 구실 하에 소련군이 8월 10일 북한에 진주해 남진했다. 소련군의 남진이 국제공산화 전략의 일환인 것을 감지한 미군은 남한으로 진주해 소련군에게 더이상 남진하지 말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미‧소 합의 하에 완충선으로 38도 선이 한반도에 생기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남‧북한에 각각 진주한 미·소군이 3년간의 군정을 거쳐 남한에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는 1948년 9월 9일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수립되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한반도에 새로 등장한 북한은 인민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평등을 강조하는 소련식 공산주의 체제를, 남한은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식 시장경제를 주축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했다. 미‧소 냉전체제가 반세기 동안 이어지는 과정에서 1991년에 뜻하지 않게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탈이념시대로 돌입하게 됐다. 중국도 등소평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받아들여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수정공산주의 체제로 변모했다. 세계의 대부분 공산주의 국가들이 이념을 넘어 실리를 추구하는 탈이념의 사조를 존중하는 시대사조를 맞이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세계의 탈이념 사조를 거부하고 우리식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고집하면서 문을 굳게 닫아 걸고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까지 거부하면서 민족의 숙원인 민족통일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남‧북한은 별개의 2국가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면서 영구분단을 획책하고 있다. 그러면서 휴전선을 국경선으로 만들려고 온갖 술책을 다 부리면서 휴전선 부근의 경의선과 동해선을 폭파시키는 행위까지 자행하고 있다. 한반도의 주인은 김정은이나 그의 추종세력이 결코 아니다. 이들이 무슨 권리로 한반도를 영구분단 국가로 만들고 민족통일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한반도의 주인은 남한과 북한의 동포들이다. 남‧북한 동포들이여! 주인의식(主人意識)을 가지고 북한 독재정권의 억압의 사슬을 끊고, 민족의 숙원인 민족통일의 염원을 이룩해 낼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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