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담임목사로 부임할 때에 교회의 분위기는 침울했고 성도들의 얼굴에 기쁨이 없었다.
전임 목회자의 은퇴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임해서인지 모두들 심각한 표정에 성도로서의 기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분위기는 알았지만 기도하며 꿈을 안고 부임한 젊은 목사로서 걱정과 근심이 마음을 짓눌렀다. 새내기 담임목사로서는 하나님께 기도하는 길밖에 없었다. 그때 하나님께서 들려주시는 음성은 ‘할 수 있다’ ‘해 보라’라는 것이었다.
저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신 장로님들을 모시고 당회를 열었다. 솔직히 걱정이 되고 염려가 된다는 말과 함께 교회의 분위기를 바꾸어보자며 적극 협력해 주고 도와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렸다. 변화의 출발은 교회 현관 정면에 ‘오늘도 잔치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거는 것부터 시작했다. 모두가 교회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곳에 큰 글씨로 ‘오늘도 잔치입니다’라는 구호가 보이게 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잔칫집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은혜의 잔치가 벌어진 곳이 바로 교회이다. 그러므로 잔칫집에 온 기분으로 활짝 웃고 기쁨을 나누자는 취지였다.
잔칫집이 갖추어야 할 3가지 요소를 강단에 설 때마다 부르짖었다. 첫째는 모여야 한다. 둘째는 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셋째는 먹을 것이 많아야 한다. 시골 동네에 잔칫집이 있으면 지나가던 거지들도 다 들르고 동네 개들까지 다 모인다.
아이들은 한 번만 들르는 것이 아니다. 하루종일 들락거린다. 엄마가 잔칫집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칫집 주인들은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다. 어떤 잔칫집에서는 노래도 흘러 나온다. 잔치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래 좀 한다는 동네 사람들이 멋지게 한 곡씩 부른다.
부침개 부치는 기름냄새, 여기저기 보이는 떡 그릇, 국 그릇, 다과 그릇, 모든 것이 풍성하다. 잔칫집에서 화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좀 실수하는 사람이 있어도 다 그냥 넘어간다.
교회는 은혜의 잔칫집이니 먼저 열심히 모이자고 부르짖었다. 유치부 어린이에서부터 장년부 어른들까지 가리지 말고 무슨 이유를 붙여서라도 모이기를 힘쓰자고 외쳤다. 그리고 성령에 충만하게 취해 찬송을 부르자고 외쳤다. 이 방, 저 방 찬송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한 먹을 것을 나누어 주기 위해 먼저 영의 양식인 말씀을 정성껏 부지런히 준비했다. 할 수만 있으면 육의 양식도 떨어지지 않게 하자고 외치며 커피와 떡, 과일을 준비해 놓았다. 하나님은 30년 동안 부족함이 없게 채워 주셨다. 언제나 오병이어다. 넘치고 남았다.
‘오늘도 잔치입니다’의 플래카드 위력은 30년이 지난 지금 성도들의 얼굴을 확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교회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서로 만나면 기쁘고 즐겁고 모두가 행복한 교회,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고 늘 고소한 냄새가 나는 교회, 말씀의 떡이 풍성한 교회, 하나님은 우리의 소원을 이루어 주셨다. ‘오늘도 잔치입니다’.
정민량 목사
<대전성남교회>